[이데일리 이진철 안재만기자] 감사보고서 제출시즌을 맞아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형과 아우`의 관계인 계열사가 모두 퇴출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트라이콤(038410)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계열사인 에프아이투어(047370)도 자본전액 잠식과 감사범위제한 의견거절을 사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에프아이투어는 트라이콤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트라이콤은 에프아이투어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트라이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후 횡령공시를 실시한 1호 기업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지난 2월4일 이후 상장사들이 횡령·배임 등으로 형사소송이 제기되면 곧바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트라이콤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94억8800만원으로 전년 68억3700만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여기에 트라이콤의 이정주 전(前)대표이사와 김윤호 전 재무팀장의 231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상태다.
에프아이투어의 경우 모회사인 트라이콤에 악재가 발생하면서 덩달아 회사가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업체인 에프아이투어는 `여행박사`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작년엔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아웃바운드 여행사 송객 실적에서 1위 하나투어, 2위 모두투어, 3위 롯데관광개발에 이어 창사 이래 처음으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은 당기순손실이 195억원으로 전년 92억원에 이어 적자폭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에프아이투어는 여행업계에서 그래도 괜찮았던 회사로 평가받았지만 모회사인 트라이콤이 환차손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급보증 등의 문제가 발생, 상장계열사 모두가 경영난을 겪어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나란히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온누리에어(036280)와 H1바이오(052310)도 지분 관계로 엮여있다.
H1바이오는 작년 8월 관계사인 고려포리머가 온누리에어를 인수하자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 온누리에어 주식 286만1793주(11.50%)를 보유하게 됐다.
온누리에어는 고려포리머에 이어 H1바이오의 자본을 수혈하면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또한 4분기 계란유통사업에 나서면서 매출액 30억원 미달 사유도 해소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의 실질심사제도를 피해갈 순 없었다. 온누리에어는 결국 "퇴출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킨 혐의가 있다"는 분석 속에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H1바이오는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 자기자본 50% 초과 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H1바이오는 작년 214억원의 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 38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H1바이오는 감사보고서상에서 관련 사유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시장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서 계열관계의 회사가 나란히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일부 기업의 경우 모회사의 부실이 전이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기도 해 투자자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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