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 신년사

정태선 기자I 2004.12.31 14:43:23
[edaily 정태선기자] 친애하는 감사원 가족 여러분! 희망찬 을유년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감사원 가족 여러분과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먼저,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맡은 바 소임을 성실히 수행한 직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에도 각자에게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들의 기대와 신로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직원 여러분! 새해를 맞이하여 엄숙한 마음으로 우리 국가사회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고 감사원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 무엇인지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21세기 세계사적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달로 세계화(globalization)와 개방화의 물결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국가들은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서 적자생존의 냉엄한 법칙이 지배하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제적 표준(global standard)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참여정부는 정경유착과 권위주의 청산 등 정치·사회적 개혁작업과 함께, IT·BT 등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집중적인 육성과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등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04년에는 대화와 타협에 의한 새로운 노사관계의 가능성을 열었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등 우리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수출 2천억불 시대를 여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의 현실은 어렵습니다. 가계부실과 내수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고통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호조 속에서도 2004년 우리 경제는 아시아 경쟁국 중 하위 수준인 4% 대 후반의 성장률에 머물렀습니다. 정치 사회적 문제를 둘러싼 계층간·지역간·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발전적으로 풀어나가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직원 여러분!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감사원은 지난 한 해 동안 "감사원이 변하면 공공부문이 바뀌고, 공공부문이 바뀌면 사회가 변한다"는 신념 아래 국정운영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혁신하는 데 무엇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미시적·단편적인 합법성 감사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치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정부 정책·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진단하여 근본적인 개선대안을 제시하는 감사 패러다임으로서 `시스템 감사`를 주창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스템 감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의 주요 정책사업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선택과 집중에 의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불편신고센터를 설치하여 공장설립·창업 등과 관련된 기업의 불편사항도 적극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민감사청구가 명실상부한 "국민의 신문고"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편을 단행하는 등 `국민에게 봉사하는 감사원상` 정립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감사원의 조직문화를 개방적·진취적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과거에 감사원의 독립성을 형식적으로만 이해하여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일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정부의 정책·사업 추진 동향에 둔감하여 감사사각이 발생하고 감사적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감사원의 주요 간부들이 국무회의 등 정부의 주요회의에 배석하여 행정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감사결과를 확정하기 전에 관계기관의 차관이나 국장들과 함께 실천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감사현안회의`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혁신작업을 바탕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중복투자 등의 낭비적 사업추진이나 방만한 경영 등 정부 주요 정책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아울러,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원적인 개선대안까지도 제시함으로써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국정운영의 효율화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간의 감사성과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대표적인 `시스템 감사` 사례로 KBS, 지방기금, 단체수의계약제도, IT 등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금융감독시스템, 지방공항 등에 대한 감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또, 수능시험, KMH 및 고등훈련기, 혈액관리, 재외국민 보호 등 국회 및 국민감사청구도 적극 수용하여 적시에 감사를 실시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적 의혹과 논란을 해소하였습니다. 그와 같은 다양한 감사결과가 여론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무한한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조직의 감사역량 강화를 위해 부감사관 정원 63명을 증원하고 243명을 승진시키는 등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능력 위주의 인사 기반을 마련한 데 대해서도 원장으로서 흡족하게 생각합니다. 직원 여러분! 이제 `시스템 감사` 기조의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만큼 새해에는 이를 더욱 발전·고도화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시스템 감사`에 대한 공직사회의 평가는,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기존의 제도와 틀을 바꾸는 데 따른 거부감이 일부 표출되거나 감사원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찬반양론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시스템 감사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충분한 의견수렴과 토론을 통하여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아울러, 감사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확대하는 한편, 직원교육도 강화하여 전문성을 한층 높여가야 하겠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바와 같은 `시스템 감사`의 운영기조를 바탕으로, 새해 감사운영의 기본목표는 `감사원이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여 21세기 선진일류국가 도약을 위한 국정개혁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는 데 두고자 합니다. 새해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감사과제를 간략히 말씀드리면, 첫째, 무엇보다도 경제활력의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하는 데 모든 감사역량을 결집하여야 하겠습니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철폐 및 신용회복지원 시책이 적시에 효율적으로 시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농업과 서비스산업 등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과학기술 인프라도 보강하도록 촉구하여야 하겠습니다. 금융시장과 제도의 선진화, 사회간접자본의 효율적 확충, 그리고 석유 등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기반을 구축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둘째, 국가와 지방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탑다운(Top-down)예산제도와 성과관리제도 등 정부의 재정개혁작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급증하는 국가채무에 대하여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기금과 공기업 제3섹터 등 자치단체의 주요 투·융자사업이 내실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점검을 강화함으로써 지방재정운용의 건전성과 효율성 제고에도 기여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사회통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시책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겠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정부시책과 고용안정시책의 내실화를 통하여 원활한 인력수급체계 구축을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환경은 보전하되 개발과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테러와 각종 재해로부터 전기·통신·공항·철도 등의 국가 핵심기반시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재해대응시스템의 구축을 촉구해야 합니다. 넷째, 다극화 되어가고 있는 국제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할수 있는 외교안보역량 노력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통상질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외국민보호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협력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지원하는 한편,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국방시스템을 선진화하도록 유도하는 일에도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다섯째,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혁신과 기능변화를 유도해야 하겠습니다. 인사행정 개혁과 평가인프라 구축 등 참여정부 주요 혁신작업의 효율적 추진을 지원하는 한편, 정치·사회적 갈등에 대한 효과적인 조정·통합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독려해야 하겠습니다.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배구조와 내·외부 감시시스템 개선을 촉구해야 하겠습니다. 여섯째, 지방자치제 시행에 따른 난맥상과 부작용을 바로잡는 데 감사역량을 집중해야 하겠습니다. 올해로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주민의 자치의식 함양 등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으나, 반면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자치단체장의 제왕적기관운영, 권위주의적 민원처리, 이벤트성 행사치중에 대한 무관심, 복지행정의 사각지대 발생 , 과도한 부담금 징수, 특성화를 고려치 않은 개발, 법률에 근거 없는 조례 남발, 지방재정의 방만성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규제개혁 차원에서 중앙정부에서 지방에 권한을 대폭 이양했으나 그 집행을 담당하는 자치단체가 엄정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많은 민원을 유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년에는 이와 같은 지방자치제 운영상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난맥상을 바로잡는 데 감사역량을 집중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곱째,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감찰활동도 시스템적으로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비효율적인 투망식 직무감찰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의한 감찰활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개별비리를 추적하여 엄단하는 것과 병행하여, 부정부패의 근원이 되는 시스템을 개선·보완함으로써 근원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기업과 제3섹터 출자법인에 대해서도 방만한 운영이나 각종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활동을 벌여나가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직원 여러분! 이상과 같은 감사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새해 감사원 운영방안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먼저, 조직 및 감사 운영의 유연성을 대폭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현재는 감사결과 처리단계가 너무 많고 복잡하여 생산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량생산 중심의 산업화시대에는 피라미드 구조·하이어라키(hierarchy)에 의한 의사결정구조가 적합했지만, 정보화시대에는 애드호크라시(ad-hocracy) ·팀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감사원도 이제, 여러 결재단계를 거치기보다는 소관 사무차장과 국장 주관 하에 감사팀 전체가 활발한 토론을 통하여 감사결과를 확정지어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둘째, 새해에는 BSC(Balanced Scorecard) 제도 등 객관적인 직원평가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할 것입니다. 애드호크라시(ad-hocracy) 조직 운영의 성패는 차장&8228;국장의 지휘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총괄과장 등 과장들의 조정능력과 감사팀원들의 분석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듯 기안자부터 1급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직위와 직급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셋째, 인사에 있어서는 반드시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겠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복지부동이나 줄대기 등 편법을 동원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원칙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에게는 반드시 상응한 보답을 할 것입니다. 본인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과거 39년간의 공직생활에서 오직 노력과 능력을 통해 인정받는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지난 연말에 인사가 있었습니다만, 그 때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면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인데, 혹시라도 서운했던 직원들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원장의 고충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아직도 남아 있는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과감히 떨쳐 버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이면서도 개방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립니다. 직원 여러분! 지금 우리 국가사회가 안고 있는 국정개혁 과제의 성패는 21세기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어깨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다같이 힘을 모아 국운개척을 선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한 해를 만들어 나갑시다. 다시 한번 새해 아침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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