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제기 ‘0’…자기처벌·알권리 축소 ‘한계’
1일 검찰연감에 따르면 피의사실공표와 관련해 접수된 인원수는 관련 통계 확인이 가능한 1985년부터 2020년까지 36년간 총 353명이다. 이 가운데 81%인 286명이 기소 또는 불기소, 타기관 송치 등의 처리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최종 기소 처리된 인원은 36년간 ‘0명’을 유지했고 대부분은 불기소(274명)됐다. 불기소 사유의 절반 이상이 ‘혐의없음’(143명)이고 ‘각하’(90명), ‘죄가안됨’(22명)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으로는 피의사실공표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법시스템상에서는 이미 사문화된 규정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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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공표죄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언론이 국민의 관심도가 큰 정치적 비리사건이나 흉악한 범죄사건 등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범위가 축소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를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의 과오에 대해 자기처벌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해당 규정을 소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상당수 피의사실공표가 수사관 개인의 임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조직의 내부결제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명예훼손 등의 규정 적용·특별법규 제정 등 고려
전문가들은 피의사실공표죄의 체제를 개편해 명예훼손이나 모욕과 같은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유형으로 재편하는 방안, 공공의 이익이라는 단서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관련 연구에서 “형법 126조는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문제로 인해 적용이 쉽지 않으므로 형법 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와 입법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상급기관에 의한 감찰과 국회의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수사기관의 책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현 상태에서 형법 126조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127조와 307조(명예훼손) 등의 규정을 적용해 형사처벌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을 통해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의 관계를 고려해 조화롭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발표할 수 있는 수사사실의 범주 및 언론의 취재범위와 방법 등을 규정하는 특별법규를 만드는 등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법원의 금지명령’을 신설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수사기관 스스로 불법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면 법원이 나서서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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