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컨테이너 한 칸 크기의 ‘세월호 기억공간’,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이날 이곳에서는 오후 4시 16분에 맞춰 묵념과 추도 등 기억식을 진행한다. 기억식이 열리기 이전 오전부터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소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며, 다시 온 봄을 맞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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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6분이 되자 이곳에선 추모와 묵념으로 시작하는 시민기억식이 진행됐다. 이날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경기도 안산을 포함해 전국 23곳에서는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세월호 유족들과 4·16 연대 등 관련 단체들은 아직까지도 당시 해경 말단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에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추모식이 가까워질수록 헌화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은 길어졌다. 젊은 연인들부터 노인들, 어머니의 품에 안기거나 아버지의 손을 잡은 아이들도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9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못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서울 금천구에서 온 직장인 권모(28)씨는 “당시 내 나이와 비슷했던 고등학생들이 그렇게 많이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직도 충격적”이라며 “이제 대학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닐 나이가 됐는데도 아직도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권씨는 “이번에 4·16연대에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다. 주변에도 다시 잊지 말자고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온 김모(52)씨 역시 “작년 이태원 참사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는데, 10년 가까이 지난 세월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떻겠느냐”며 “아무리 죽은 사람들은 가슴에 묻는 거라고 하더라도, 가족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안타깝다”며 마음을 전했다. 가족과 함께 찾은 박모(34)씨도 “이태원 분향소도 그렇고, 기억해야 할 장소는 치우는 것이 아니라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기억과 빛)은 광화문 광장에 유가족 단체들이 만들었던 천막이 모태로, 2021년 광화문광장 공사가 시작되며 서울시의회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서울시의회와 협의한 부지 사용 기간은 지난해 6월로 끝나면서 기억공간은 ‘불법·임시 건축물’ 처지가 됐다. 유가족 등 관련 단체들은 광화문광장으로의 복귀를 원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에서 광화문광장 내에는 어떠한 시설물도 들어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4·16 연대 활동가들은 매일 돌아가면서 기억공간을 지키고 있다. 이날 지킴이를 맡은 이수민 활동가는 “9주기 당일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찾아준 시민들이 많았다”면서 “서울시의회는 ‘철거’ 원칙을 고수하고, 서울시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공간을 지키기 위한 활동가들은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시민들과 함께 기억 공간이 계속되길 바라고, 벌써 1년 앞으로 다가온 10주기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완전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