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쌍용차, HAAH 투자 협상 여전히 답보…가능한 카드는

손의연 기자I 2021.03.21 16:38:31

마힌드라 감자 승인 받았지만 HAAH와 투자 계약 지연
공익채권·고비용 사업구조에 불안 느낀 것으로 전해져
"쌍용차 노사가 임금 삭감 등 자구안으로 HAAH와 산은 설득해야"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유동성 자금 부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쌍용자동차(003620)가 HAAH오토보티브 측과 진행 중인 투자 협상이 여전히 답보 상태다. 산업은행은 쌍용차 노사에게 ‘뼈를 깎는 각오’로 HAAH와의 협상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쌍용차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임금 삭감이 유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성 자금 부족으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쌍용자동차의 평택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마힌드라 감자까지는 완료…신규 투자자 HAAH와 계약은 난항

2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에 20일까지 투자 여부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했으나 HAAH 측에서 자료 검토와 투자자 설득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일주일가량 기한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쌍용차는 HAAH와 2월 말 투자 협상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또다시 미뤄졌다.

앞서 인도중앙은행이 지난 11일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지분 감자안을 승인하며 투자 계약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활하지 않다. 쌍용차가 내세운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대주주인 마힌드라 지분율을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51%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보유지분 75%를 20%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감자를 전제로 HAAH와 투자 협상을 벌여왔기 때문에 한시름 던 상황이다.

그러나 HAAH는 여전히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HAAH는 쌍용차의 사업구조를 살펴보고 향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달 쌍용차의 연이은 생산중단 사태를 보고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와 해외를 합쳐 2789대로 전년보다 60.9% 감소한 실적을 냈다. 이달 들어서는 보름간 약 3000대 정도를 이미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생산성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다른 문제 요인이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 당장 쌍용차의 3700억원 공익채권과 고비용 사업구조 등이 문제로 꼽힌다.

◇HAAH 투자 무조건 받아내야…임금 삭감 등 ‘뼈 깎는 노력’ 필요

따라서 쌍용차 내부의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쌍용차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쌍용차가 HAAH와 투자계약 체결을 완료하고, 구체적인 P플랜 사전계획안도 제출해야 자금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쌍용차와 새 주인이 함께 지속가능성을 갖춘 새 사업구상을 마련해오라는 것이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8일 전날 쌍용차의 예병태 사장과 정일권 노조위원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에게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축하는 방안을 가져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쌍용차에 대한 자금지원 조건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1년에서 3년 연장 △흑자전환 전 쟁의행위 금지 각서 제출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쌍용차가 HAAH와 산은을 끌어당길 수 있는 자구안은 임금 삭감 카드가 유일하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겪은 쌍용차는 인적 구조조정보다 임금 삭감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쌍용차 지난 2019년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8600만원으로 2018년 평균 급여인 9000만원에서 이미 떨어진 수준이기 때문에 노사 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쌍용차 노사는 3월과 4월 직원 임금 지급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며 이번 달 역시 50%만 지급하는 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쌍용차 노동조합은 앞서 “P플랜 회생절차가 진행된다면 안정된 노사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자가 하루 빨리 결심할 수 있도록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쌍용차가 HAAH와의 투자 협상을 끌어내고 산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총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HAAH와 투자 계약이 2월 중 마무리될 걸로 기대했는데 또다시 연장돼 쌍용차가 협상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쌍용차는 어떻게 해서든 HAAH로부터 투자 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이며 다른 투자자를 이제 와서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단협 3년 연장 같은 안은 기본이고 노사가 임금 삭감 등 내부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HAAH와 산은에 보여줘야 한다”며 “5000억원 자금을 지원받으면 2년 정도 버틸 수 있을 걸로 보이는데 그간 사업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