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유고로 대행체제 된 서울시…`박원순표 정책` 수정 불가피

김기덕 기자I 2020.07.12 16:14:57

박원순 유고로 서정협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
“정치권 역량 한계로 일부 정책 바뀔 가능성도”
그린벨트·아파트 층고 규제 등 정책 변경 ‘초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임한 9년 간 서울시는 상당한 변화를 경험했다. 다소 경직된 관료제 조직 내부에 새로운 조직이 신설되고 인물이 기용되는 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또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등 세밀하고 꼼꼼하게 `박원순표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노동, 인권, 환경, 청년, 재생 등에 특화됐던 그의 정책과 실험은 중앙정부나 타 시·도에서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보다는 보존과 재생, 전체 시민이 아닌 서민과 소상공인 위주인 일방적인 대책이 많았던데다 감염병·환경·사회 갈등 조정 등에 치중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제 박 시장의 유고로 인해 서울시의 정책과 제도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에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0 그린뉴딜 서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 시장이 생전에 직접 발표한 마지막 정책이자 공식석상에 나온 마지막 자리가 됐다.(연합뉴스 제공)


박 시장의 민선 7기 임기는 오는 2022년 6월 30일까지로, 아직 4년 임기의 절반인 약 2년이 남았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 7일까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서울시장 권한 대행체제가 유지된다.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인 서 부시장도 여러 부서를 거치며 오랜 행정 경험을 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권한대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서울시를 거쳐 간 소위 박원순계 국회의원도 정치권에 상당히 포진돼 있어 서 부시장이 박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로 시장 권한을 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향후 계획 등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가장 먼저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부동산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가 박 시장 없이 과연 유지·존치가 가능할지가 가장 눈여겨볼 점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에도 “획기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지방정부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서울시에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 그린벨트 면적은 149.13㎢. 이 중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그린벨트는 29㎢로 추정된다. 과거 2018년에도 국토교통부가 서울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나서자 박 시장은 이를 거부하며 용적률 확대 정책 등을 내세우며 이를 지켜낸 바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및 초고층 아파트 규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재건축 단지 사업 허가의 키를 쥔 서울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서울시의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연말쯤 새로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 이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박 시장이 직접 발로 뛰며 본인 색깔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광화문 재구조화사업과 세운지구 등 도시재생, 역세권 청년주택, 제로페이, 청년수당, 그린뉴딜, 2032년 서울·평양 공동 하계올림픽 추진, 전 국민 고용보험 등 굵직한 정책이 현 규모를 유지하며 제대로 동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정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를 거쳐 간 박원순계 국회의원도 정치권에 상당히 포진돼 있었는데 과연 서정협 권한대행이 박 시장과 같은 정치력을 발휘해 시 정책을 밀어 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상당 부분 정책과 실험은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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