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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4일 “전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미국 언론들은 북미 대화 시한을 연말까지로 정해 놓은 만큼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될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핵 실험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발표를 통해 전날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또 다시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중대한 시험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또 다시’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지난 7일 실시된 엔진 시험의 후속 성격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미 군사 당국은 북한의 두 차례 엔진 연소시험에 대해 ‘신형 다단 로켓’ 개발 목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정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번 시험에 대해 “미국의 핵 위협을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 미국 언론들은 주목했다.
‘또 다른 전략무기’가 미군이나 한미 연합군 동태를 살피기 위한 정찰위성일 수도 있겠지만, 신형 ICBM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발표 주체가 국방과학원이라는 점도 ICBM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내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장소에서 또 다른 결정적 시험을 했다”면서 “북한이 곧 ICBM 발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이 위성 발사나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한다면, 북한의 핵실험·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주요 치적으로 여겨온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이 더 이상 로켓이나 미사일, 핵무기 관련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두로 보증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위성 발사는 지정하지 않은 회색 영역”이라며 북한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공언해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 애덤 마운트 미국 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핵·미사일 시험 동결을 분명하게 정량화하고, 이를 협상 토대로 삼았어야 했던 이유를 더 많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음 단계가 로켓을 사용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시도라고 믿는다”면서도 “ICBM 또는 핵 실험이 다음 단계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ICBM 또는 핵 실험은 위성 시험보다 훨씬 도발 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확실하게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거론한 ICBM 시험 발사나 위성 발사, 또는 미국과의 핵 협상 중단 공식결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건 대표의 방문이 그러한 (북한의) 계산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국 측 대북 특별대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점에도 주목했다.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15일부터 2박 3일의 방한기간 동안 판문점을 찾아 북측과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남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