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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회째를 맞은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전국의 치킨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킨 감별 능력을 겨루는 자리다. 지난해 열린 1회 시험에는 총 500명이 참가해 119명의 치믈리에가 탄생했다. 주최 측이 합격자들에게 수여한 ‘치믈리에 자격증’은 올해 민간 자격증에 등록되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올해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된 500여명의 참가자들이 시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행사 시작 후 분위기가 무르익던 오후 2시 20분쯤 동물권 활동가 십여명이 피켓을 들고 단상 위로 뛰어올랐다. 피켓에는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나 ‘음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이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배달의 민족 광고 홍보문구를 패러디한 구호다. 무대에서 오른 이들은 “닭은 재미가 아닙니다. 닭도 생명입니다”며 “치믈리에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권 활동가들이 배달의 민족이 주최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장을 급습했다. 이들은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진실을 숨기고 ‘치믈리에’라는 이름으로 유희화 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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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경찰에 행사 방해로 신고했다. 시위자들은 호텔 측 안내를 받아 호텔 밖으로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각지 못한 시위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동물권 활동가 박모(30)씨는 “닭은 치킨이 되기 위해 품종이 개종되기도 한다”며 “빨리 성장하도록 조작을 당한 닭들은 비정상적인 신체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심장병마저 얻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닭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적어도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닭들에게 얼마나 참담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믈리에 시험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기습 시위에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모(29)씨는 “치킨을 먹지 말라 한다면 모든 육식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행사를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김모(30)씨는 “처음에 행사 측에서 진행한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적잖이 당황했다”면서도 “(그들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생명에 대한 기준까지 무조건 비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