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침묵했던 청와대가 돌연 “역사적 결정”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힌 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0일 전했다.
앞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는 관련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못 박았었다. 헌법상 독립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응을 보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청와대를 대신해 국무총리가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휴일인 토요일에 박 대통령의 직접 발언을 공개한 건 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19일 나온 한국갤럽의 정례 주간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가 붕괴된 37%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이탈이 뚜렷한 게 특징이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부정 평가(53%)가 긍정 평가(38%)를 넘어섰고 보수의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부정·긍정 평가가 46%로 같았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TK(33%→46%)와 PK(42%→53%)의 부정 평가가 크게 늘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해진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동이 정점을 지날 때인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종북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콘서트에 대해 “자신의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의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극히 편향되고 왜곡된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 등 각종 경제·민생 법안 처리에 불똥이 될까 봐 입장을 내지 않았던 청와대가 목소리를 낸 건 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통진당 해산으로 어차피 여야의 대립은 지속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의 주요 결정에 대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박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언론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를 공개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실익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