姓은 다르지만 사실상 오너일가..베일속 김철 대표

민재용 기자I 2013.10.08 10:09:45

30대 중반에 이 부회장 신임 속 그룹 실세로 부상
그룹 구조조정 깊숙이 관여..현 경영진 책임론 부상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동양네트웍스가 현재현 동양(001520)그룹 회장 오너일가의 자산 빼돌리기 의혹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이 회사 김철 대표의 이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대 후반인(1975년 생) 비교적 젊은 나이의 김 대표가 재계 38위 동양그룹 주요 경영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회장과 함께 이번 동양사태의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8일 동양그룹에 따르면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중퇴한 뒤 인테리어 관련 업종에서 근무하다 2008년 이혜경 부회장에 의해 발탁, 동양그룹과 연을 맺었다. 이후 2010년 동양그룹이 설립한 MRO(소모성자재공급업) 회사인 미러스 대표로 지내다 미러스가 동양시스템즈와 합병한 뒤 동양네트웍스 대표로도 선임됐다.

하지만 김 대표가 동양네트웍스는 물론 그동안 동양그룹 구조조정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배경과 오너 일가와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동양매직 매각건이다. IB(투자은행) 업계는 동양그룹이 동양매직을 교원그룹에 매각하기 직전 KTB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자를 바꾼 막후에 김철 대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가 동양매직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KTB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새 카드로 제시하고 이를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과 교원그룹과의 딜이 무산되고 김철 대표가 이를 조정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며 “이후 동양네트웍스가 KTB컨소시엄에 600억원을 출자해 직접 참여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이 소문은 기정 사실화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IB업계는 김 대표가 (주)동양의 파일사업부와 섬유사업부 매각과 동양파워 지분 매각 협상에서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고 있다. 파일사업부와 섬유사업부 동양파워 지분 매각 등은 공교롭게 모두 무산됐다.

다수의 동양그룹 관계자는 김 대표의 영향력이 이혜경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신임에서 나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와 혈연 관계는 아니지만 핏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김대표는 스스럼 없이 해왔다”며 “김 대표도 그룹 구조조정 방향을 오너 일가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신임으로 김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2세 경영진들이 그와 파워 게임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동양네트웍스가 소규모 IT 기업을 인수 합병하려 했으나 현 회장의 장녀 현정담 상무의 남편 김봉수 상무가 제동을 걸어 합병이 무산됐다는 것.

동양그룹 관계자는 “IT기업 인수 철회는 김 대표가 추진했던 일 중 거의 유일하게 무산된 사례”라며 “그룹 내부에서는 김철 대표와 장녀 현정담 상무 간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대표가 진두지휘한 그룹 구조조정 방향이 문제 해결보다는 오너일가 경영권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동양그룹 사태가 더 확산됐다는 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속도를 빨리 내야 하는 구조조정의 특성을 무시하고 동양그룹이 오너 일가의 이익에 신경쓰면서 제대로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동양매직 매각딜 무산 후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의심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말했다.

경험이 거의 없는 30대 후반의 젊은 경영진에게 그룹 구조조정의 키를 맡긴 현 회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김철 대표의 배경과 그의 경력보다는 그가 관여한 그룹 구조조정 방향이 잘못된 게 큰 문제였다”며 “경험과 연륜이 부족한 30대 후반의 젊은 경영인에게 그룹 향배가 걸린 구조조정의 키를 맡긴 현 회장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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