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태양이 빚은 물, 바람이 만든 빛

안승찬 기자I 2009.09.15 10:33:30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가다

[제주=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제주 신재생에너지연구기지에 들어서면 평범한 정수기가 한대 놓여 있다. 물을 받아 한잔 마셨다. 맑고 청명한 맛이 났다.
 
옆에 있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남중현 제주 기지운영센터장이 웃으며 말했다.
 
"물맛이 좋지요? 이곳 제주의 바닷물을 태양광과 태양열만을 이용해 담수한 물입니다." 
 
▲ 제주 신재생에너지연구기지의 풍력발전기
제주 북서쪽.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안가에 위치한 제주 신재생에너지연구기지는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가 구축된다. 이 일대 주민 6000여세대가 직접 참여하는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에는 향후 5년간 1160억원 가량 투자가 이뤄진다. 
 
차세대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실시간으로 수요 전력을 파악할 수 있고 남는 전력은 다른 지역으로 전송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력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주도가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선정된 이유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신재생에너지 연구단지와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가 컸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실험되고 있다. 제주 신재생에너지연구기지 건물 뒷편에도 높이 70m, 무게 60톤의 풍력발전기가 제주의 바람에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1500kW급 풍력발전기 한대로 500가구가 쓸 수 있는 분량의 전기를 만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남중현 제주 기지운영센터장은 "내년 3월에는 저기 보이는 바다 위에 2MW급 해상풍력발전기 2기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11기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아시아에서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한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 해상풍력발전 개념도
육지와 설비는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굳이 바다 위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이유는 `풍질` 때문이다.
 
한국전력(015760) 관계자는 "풍력발전의 경우 바람이 세게 분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일정한 바람이 지속적으로는 부는 `풍질`이 좋아야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블레이드가 돌아가면서 내는 `윙~윙~`하는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해외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소음 민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기지 한켠에는 설치된 태양양발전과 태양열 설비도 높여 있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평소 제주 기지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 뿐 아니라 남는 전기로 바닷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추출하는 데도 쓰인다.
 
만들어진 수소는 모아진 수소탱크에 모아져 수소차량 운행 등에 쓰인다. 오는 11월 3대의 수소차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들여와 실제로 실험 운행될 예정이다.
 
남 센터장은 "수소차는 제주도의 바닷물과 태양에너지만으로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신통치 않다. 풍력발전기를 건설했을 때 해녀 90여명이 블레이드 때문에 어지럽고 바다에 그늘을 만들어 어패류가 감소한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스마트 그리드는 그 자체로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데다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며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 국민들이 더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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