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의 곡창지대 `베이다황을 가다`

김혜미 기자I 2009.08.17 11:14:09

中 동북지역, 기온 낮아 병충해 적고 품질 우수
"모든 농산물은 녹색식품" 멜라민파동 계기로 부각
베이다황 그룹, 105개 농장 통합..亞 최대 곡물기업

[중국 하얼빈=이데일리 김혜미기자] 파란 하늘 밑, 푸른 논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중국 하얼빈에서 6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이곳은 건삼강지역 칠성분국. 이곳은 아시아 최대 곡물기업인 베이다황(北大荒) 그룹의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 중국 베이다황 지역 일대(출처 : 구글맵스)

베이다황 지역(왼쪽 사진)은 중국 동북지방, 특히 흑룡강성 일대 벌판을 뜻하는 것으로 한 때는 야생짐승이 들끓는 황무지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중점적으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이 지역 일대는 이제 잘 다듬어진 농토가 됐다.
 
이 지역에서는 특히 과학을 활용한 선진화된 농업 시스템과 품종 개량, 엄격한 생산과정 통제로 고품질의 `녹색식품` 생산에 주력함으로써 `먹거리 불신국`이라는 오명을 씻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 모든 농산물은 녹색식품 기준에 맞춰 재배

하얼빈에서 동쪽으로 560km 거리에 위치한 칠성분국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베이다황 그룹의 대표적인 농지로, 중국의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기 때문에 병충해가 적고 품질이 뛰어난 농산물이 생산된다.
 
그룹 관계자는 "세계 3대 흑토지에 속할 만큼 토질이 뛰어나다"면서 자연적으로 유기농 식품이 재배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자랑했다.
▲ 칠성분국 농촌 전경

칠성분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모두 녹색식품 기준에 맞춰 재배한다. 중국에서 녹색식품이라 하면 전세계 각국의 유기농 식품이나 생태식품, 자연식품 등과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농업부 녹색식품관리사무실에서는 녹색식품을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준수하고, 특정 생산방식에 따라 생산하며, 전문기구의 인증을 거쳐 녹색식품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영양식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녹색식품 생산기준을 맞추기 위해, 베이다황 그룹은 칠성분국을 포함한 산하의 모든 농경지를 직접 관리한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농사 시작에서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표준화된 절차에 맞춰 일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농사에 필요한 모든 장비도 한 곳에서 관리하고, 농민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 연구소 설치·품종 개량 등 적극적인 과학화 노력
 
칠성분국 내 연구소에서는 30명 정도의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품종을 개량하고 연구한다. 눈에 띄는 성과로는 수수 등 키가 큰 작물들의 높이를 낮췄다는 것. 시리양 칠성분국 지사장은 "물 조절 등을 통해 사람 키의 절반 높이로 곡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관리가 쉬워졌다"고 밝혔다.
 
▲ 영양강화 성분이 첨가된 볍씨

쌀 생산에 있어서도 진보된 농업과학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영양을 강화시킨 붉은 색의 볍씨를 사용하고 있다. 붉은 볍씨를 묘판에 키워낸 뒤 논에 심는다. 파종은 기계화 돼 있어 아무리 넓은 지역이라도 단시간에 끝낼 수 있다.

농기계도 미국에서 선진화된 고급 장비를 수입해 사용한다. 일례로 세계 최대 농업용 트랙터 제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사의 농기계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 기계는 위성을 통해 작업을 지시받는다.
 
워낙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구입하고, 3분의 1 정도의 비용은 중국 정부가 지원해준다. 베이다황 그룹 전체 농가의 농업기계화 보급률은 95%에 이른다.
 
가뭄이 심할 경우엔 인공강우를 이용하고 있다. 시 지사장은 "구름이 많이 모이면 자체 기상대에서 부대에 연락해 전화은을 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1년에 한두차례로, 그리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다.

◇ 농민소득, 도시 대졸자 연봉보다 높아

칠성분국 내 650무(42만9000㎡, 13만 평)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장징후이 씨의 연소득은 약 30만 위안, 한화 5439만 원 정도. 도시 대졸자 초임이 연평균 2만5000~3만 위안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배에 가깝다.

장징후이 씨가 예외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경우임을 감안하더라도,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4만~5만 위안 정도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베이다황 그룹은 농민들의 기초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일정부분 지원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베이다황 그룹은 해당지역 내 농지 전체를 관리하는 만큼 일정 사용료를 받고 농민들에게 농지를 임대해준다. 하지만 농민들의 기초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농지 15무(9990㎡, 3000평)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 친더리 분국 내 주택 내부모습.


칠성분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친더리분국은 현재 계획적으로 농가를 재정비하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친더리분국에서는 낡은 농가를 철거하고 일괄적으로 새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새 주택 가격은 1채당 7만 위안. 기존 주택 가격을 2만 위안으로 쳐주고, 5만 위안은 대출로 8년 동안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해준다. 농민들의 기초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 중국 녹색식품, 어디까지 왔나

1990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중국의 녹색식품은 지난해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해마다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해 올해 녹색식품 시장 규모는 20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내에서도 흑룡강성은 `중국 최대 상품식량생산기지`로 불릴 만큼 해마다 식량 상품화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녹색식품 성장세도 빨라 흑룡강성 내 녹색식품 인증 건수는 지난해 1054건에 이르렀다. 지난해 흑룡강성 내 20개 유명브랜드 제품 가운데 11개가 녹색식품 또는 무공해 농산물이었다.

▲ 베이다황 자체 브랜드 생산 식품
이에 힘입어 베이다황 그룹도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지난 1998년 105개 국영 농장을 하나의 사업단위로 묶어 세운 베이다황 그룹은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 농업분야 1위이자 아시아에서도 최대 기업으로 꼽힌다. 베이다황 그룹의 전체 농산물 재배 면적은 5만7000㎢로 흑룡강성 전체의 8분의 1을 차지한다. 남한 전체 면적의 3분의 2 수준이다.
 
베이다황 그룹은 완다산 우유를 비롯해 33개 자체 생산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베이다황 그룹 농업부문은 2001년 처음 증시에 상장한 뒤 현재 시가총액이 47억 위안에 이르며, 중국 증시 내 50대 우량기업에 포함돼 있다.

베이다황 그룹은 고품질 녹색식품을 내세워,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어빈 베이다황 농업책임유한공사 대표이사는 "(베이다황을) 인류가 믿을 수 있는 식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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