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쿠웨이트 63억8000만달러, 타타르스탄 4억달러, 두바이 10억8000만달러...
최근 보름새 총 78억6000만달러의 해외수주가 날아갔다. 작년 수주총액 476억달러의 17%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 수익성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던 해외 건설사업이 위기에 빠졌다.
3일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은 두바이 나킬(Nakheel)사가 발주한 10억8000만달러(약 1조3800억원) 규모의 두바이 팜 주메이라 프로젝트 계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삼성건설은 계약 취소에 대해 "나킬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했다"라며 구체적인 계약 해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 등에 따라 두바이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나킬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업이 전격 취소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대형건설사 해외수주 리스크 커져
GS건설(006360)도 지난 2일 작년 8월 이태리 테크니몽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던 타타르스탄 신규 정유공장 사업이 발주처인 타네코(TANECO)사의 사정으로 공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9억 달러로 이중 GS건설 지분은 4억 달러에 달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GS건설 대림산업(000210) 현대건설(000720) SK건설 등 4곳에 발주한 63억8000만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가 취소된 바 있다.
이 사업 취소에 따른 후폭풍으로 작년 국내 S사가 계약한 가스트레인 프로젝트(7억달러)도 재입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쿠웨이트 석유회사(KOC)가 추진하고 있는 18억달러 규모의 신규 정유공장 원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도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OC가 발주하는 18억달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는 SK건설을 비롯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 준비를 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 사업 연기·계약 지연도 속출
입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최종 계약이 늦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석유회사(QP)가 발주해 입찰이 진행되던 50억달러 규모의 알샤힌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작년 12월 무기한 연기됐다. 이 프로젝트는 하루 25만 배럴 규모의 신규 정유공장을 카타르 메사이드에 건설하는 공사다. 국내에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해외업체인 스남프로게티와 컨소시엄을 맺으면서 수주가 유력했던 사업이었다.
또 호남석유(011170)화학이 카타르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던 26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도 상업 제안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전격 중단됐다. 이 사업에는 삼성엔지니어링(028050), GS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 A사가 민자 발전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라스 알주르 민자발전 및 담수 프로젝트도 발주처(사우디 수전력회사)와 우선협상대상자(스미토모·말라코프) 사이에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 작년 해외 수주기록도 바꿔야
이처럼 중동 프로젝트가 계약이 취소되거나 사업이 백지화되는데는 유가 하락이 가장 큰 이유다. 2008년 7월 당시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세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40달러대 곤두박질 친 상태다.
이에 따라 고유가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동국가들이 재정 압박을 받게 됐고, 결국 이미 발주해 놓은 플랜트 건설의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중동지역 수주 사업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역대 최대(476억달러)를 기록했던 작년 해외건설 수주실적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1~2건의 사업 취소가 나올 경우 2007년 수주(398억달러) 금액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방패막이던 해외수주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면 향후 국내 건설사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다만 각 건설사별로 수주물량이 여전히 많아서 당장 실적 악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계약 취소되거나 연기된 대형 프로젝트
-삼성건설 두바이 팜 주메이라(10억8000만달러) 계약취소
-GS건설 타타르스탄 신규정유공장(4억달러-GS건설 지분) 계약취소
-쿠웨이트 알주르 제4공장(63억8000만달러) 계약 취소
-쿠웨이트 KOC 원유파이프라인 공사(18억달러) 입찰 불투명
-카타르 알샤힌 신규정유공장(약 50억달러) 입찰 중단
-호남석유화학 석유화학공장(약 26억달러) 1년 연기
-사우디 라스 알주르 민자발전사업(약 55억달러) 계약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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