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이승우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채권자금 이탈, 미국의 긴축 등 3대 악재 가운데 하나의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국내 경기회복 가능성 등으로 채권금리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美, 긴축서 연착륙으로 선회하나
22일(현지시간) 공개된 11월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면서 부양적 통화정책을 제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최근 경제 데이터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들은 통화긴축 정책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과도한 긴축정책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과도한 긴축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표출된 것은 지난해 6월말부터 지속돼온 금리인상 주기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화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내년 초까지 중립적 수준으로 평가되는 4.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1년 반동안 진행된 긴축기조를 접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은 "연준이 긴축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발언만 보더라도 그동안 `잡아야할 대상`에서 `연착륙을 유도해야할 대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버냉키 신임 연준 의장 내정자가 전날 유가와 집값하락을 우려했는데 이는 연준의 정책기조가 긴축을 통한 속도조절에서 이제는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긴축우려 덜었지만‥
당장 국내시장의 관심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될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모아져있다. 그동안 채권시장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비롯한 글로벌 긴축 우려가 꾸준해 채권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해왔다.
조 수석연구원은 "개인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내년 1월 4.5%까지 인상된 뒤 내년 하반기에는 인하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벤치마크 이상으로 채권을 담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이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완화하는데 도움되겠지만 당장 이에 기댄 랠리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 많은 편이다. 아직까지 경기회복과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 투신권 자금이탈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5%까지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전날 FOMC 의사록에서 볼 수 있듯 4.5%에 그칠 확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 한은이 콜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데다 소비가 아직 버텨주고 있고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수출도 잘되고 있다"며 "국내경제가 4% 이상의 성장을 유지한다면 채권시장의 랠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신사 한 채권운용본부장은 "미국도 그렇고 우리도 이제 (채권금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투신권은 자금이 없고 은행들 투자계정도 12월이면 북클로징을 하는 등 쉬운 장은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되돌림하는 정도지 추세적 하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미국은 의사록 공개 이후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반영해 단기금리 중심으로 떨어졌는데 우리는 장기금리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인상 기대가 남아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콜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전제로 할 때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5.00% 정도면 적당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금리가 떨어질수록 매수강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