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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자리를 지킨 마트가 부도 위기를 맞고 오랫동안 침체했던 그 자리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별 SALE’이라는 현수막이 걸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작 매장을 채운 건 홈플러스의 본업이던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이 아니었다. 신선·가공식품을 팔던 지하 2층은 셔터가 내려졌고, 지하 1층은 전국을 돌며 재고를 정리하는 업체들의 매대로 채워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렸다. 홈플러스 특수를 기대하며 입점했다가 함께 침체했던 임대상가와 안경점, 휴대폰 매장, 키즈카페도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브랜드의 실체는 희미해졌지만 ‘고별’이라는 서사가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은 셈이다.
이 흐름은 예외적 사례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잠정 휴업했던 전국 37개 저수익 점포의 폐점을 최근 확정했다. 해당 점포 근무 직원은 약 3500명으로 희망퇴직과 점포 전환배치 등 고용안정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 자금 조달 상황에 따라 급여와 퇴직금 지급 여부도 갈리는 상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고별전’이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주말 마트 앞 중계 근린공원에서는 ‘포켓몬 고 페스트 2026’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이언틱이 개최한 글로벌 게임 이벤트로, 참가자들은 전국 어디서나 희귀 포켓몬을 잡고 특별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 덕에 평소 산책객이 대부분이던 공원도 이 기간만큼은 젊은 이용자들로 북적였다.
공실보다 트래픽, 상권을 흔드는 새로운 변수
결국 같은 주말, 같은 동네에서 성격이 정반대인 두 이벤트가 동시에 사람을 끌어모았다. 하나는 폐점을 알리는 오프라인 고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국 단위 게임 이벤트였다. 서로 무관한 두 흐름이 우연히 겹치면서 오랫동안 잠잠했던 상권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상업용 부동산 관점에서 이런 흐름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대형 앵커 점포 하나가 빠지면 그 공간에 기대던 임대상가들의 공실 리스크는 커진다. 반면 이벤트가 만들어내는 유동인구는 상권의 활력을 되살리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은 입지와 배후수요뿐 아니라 어떤 콘텐츠와 이벤트가 사람을 끌어들이는지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
그 주말 홈플러스 앞을 오간 인파는 숫자로는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를 만든 배경은 단순하지 않았다. 상권은 입지와 배후수요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두 이벤트가 우연히 겹치는 순간, 예상 밖의 활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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