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중심가도 그런데 외곽으로 나오면 연말 분위기는 더욱 느껴지지 않는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주거단지 왕징(望京)에서는 대형 쇼핑몰은 지난 주말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한국 백화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대형 트리나 산타 같은 조형물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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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들떴는데…‘이브’에도 차분한 베이징|
연말이면 전세계가 크리스마스 열기에 들뜨지만 중국은 예외다.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서양의 명절은 아예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중국인이 크리스마스에도 회사에 출근한다.
캐럴이 들리지 않는 이유도 비슷하다. 싼리툰 한 음식점의 중국인 점원은 “산타클로스나 크리스마스 내용이 들어간 노래는 기본적으로 가게에서 틀지 않도록 돼있다”고 귀띔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구석의 술집 같은 곳에서나 드문드문 팝송을 들어볼 수 있을 뿐이었다.
중국 대형 포털인 바이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곤 있지만 이러한 이슈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 쪽에서도 크리스마스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 중국 국영 중앙TV(CCTV)는 전날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니라 장진호 승리 73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1950년 한국전쟁에서 중공군과 미군이 맞붙은 전투를 상기했다.
중국 현지 매체인 신민이브닝뉴스는 “지난 주말 미국, 영국 등에선 시위가 벌어졌고 가자지구에서는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들이 사망하는 등 서양에선 이번이 ‘슬픈 크리스마스’”라며 “비기독교도인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해피 홀리데이’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한편에서는 서서히 크리스마스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외국기업 비중이 높고 외국인들도 많은 국제도시 상하이에서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고 지난 주말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서양 문화가 자리 잡은 홍콩은 매년 연말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행사가 열리고 있다. 홍콩 번화가인 침사추이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대형 불꽃축제 행사가 열렸고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교통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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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우려, 막판 수출·내수 끌어올려야
크리스마스 자체에 대한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연말 소비 시즌은 중국에 있어 중요한 기간이다. 올해 내내 경기 부진 우려에 시달렸던 중국은 막바지에 수출과 내수를 끌어올려 연간 경제 성장률 5.0%를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11월 중국 경제지표를 보면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기준(50)을 밑돌며 위축 국면을 보였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0.5% 하락하며 경기 침체 속 물가가 내리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불거졌다.
긍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11월 중국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각각 6.6%, 10.1% 늘었다. 11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0.5% 늘어 올해 4월 이후 처음 증가로 전환했다.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를 앞두고 수출을 늘리고 내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동기 부여가 생긴 셈이다. 실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없었을 뿐 베이징 시내 주요 쇼핑몰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몰린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대 경제학자인 차오허핑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제조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연말에 재고를 늘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출이 가속화되면서 경제 성과는 기대 범위에 있다”며 “경제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