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관심이 집중됐던 2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가가 급격하게 다시 뛰거나 고용지표가 더 뜨거워지지 않는 한 연준이 다시 금리 인상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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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이날 그의 주특기처럼 ‘매둘기’(매파와 비둘기파 색채 혼재) 면모를 보였다. 연설 초반 메시지는 ‘매파’ 색채가 뚜렷했다. 그는 “비록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다. 우리는 적절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정책을 긴축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고 초반부터 ‘으름장’을 놨다.
파월의 으름장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자칫 예상과 달리 물가가 다시 오를 경우 ‘금리인상 카드’를 남겨두는 게 연준에는 유리하다. 현재 미국 경제성장, 고용, 임금 및 물가는 과거 경제모델이 예측한 방식과 달리 움직이고 있다. 강한 긴축에도 오히려 고용 시장은 여전히 식지도 않고 있다.
또 ‘금리인상 종료’를 사실상 인정할 경우 시장은 경기를 다시 달굴 수 있는 이젠 ‘금리인하 시기’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17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기를 식혀왔던 연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나틱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추가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향후 지표가 누그러진다면 연준이 현 금리 수준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점은 그대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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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그간 물가상승률이 둔화했지만 아직 3%대에 있으며, 다시 ‘꼬리’를 올릴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은 현 물가 상황을 진단하면서 연준이 주시하는 데이터에 관한 힌트를 제공했다. 우선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다. 지난 6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동기대비 4.1% 올랐고, 전월보다도 0.2% 상승했다. 지난해 2월(5.4%) 대비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근원PCE가격이 낮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지속 하락을 확신하는 데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PCE지수가 어느 정도까지 낮아질지, 어디까지 정착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오는 31일 발표될 7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동기대비 4.2%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월보다도 0.2% 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큰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다시 물가가 오를 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또 하나는 운송 및 식품 서비스와 같은 분야를 포함하는 비주택 서비스 물가다. 파월은 “이 부문은 고용 부문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 안정성을 회복하려면 추가적인 진전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최근 뜨거운 고용지표가 계속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주택 서비스 물가가 튈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두 가지 물가 지표를 언급한 파월은 다시 한번 ‘신중하게’를 강조했다. 그는 “다가오는 회의에서 추가 긴축을 할지 아니면 정책 금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지 결정을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르네상스 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이 중립적인 연설을 했다고 본다. 연준은 통화정책 스탠스가 제약적이라고 보고 있고, 향후 회의에서 보다 완화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수 있다”며 “만에 하나 (물가나 고용지표가 튀며)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12월께나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역시 파월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일 뿐, 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26일 기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의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80%, 0.25% 인상 가능성은 20%다. 11월, 12월 동결 및 인상 가능성은 45%정도로 비슷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