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제1멘토' 부친 윤기중 교수…유년시절부터 큰 영향

권오석 기자I 2023.08.15 17:49:53

부친 고향을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해 '충남의 아들' 자처
대선 후보 시절 인터뷰서 "아버지가 제1의 멘토" 언급
장례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서 가족장으로 3일간 진행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유년시절부터 윤 교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자라는 등 사이가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가 15일 향년 92세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윤 명예교수 모습.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으나 부친인 윤 교수의 고향인 충남 공주를 고향으로 생각했고,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충남의 아들’로 자처하기도 했다.

유년시절 통계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윤 교수를 따라 경제학자를 꿈꾼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자양분이 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윤 교수가 서울대 입학 기념으로 윤 대통령에 선물해준 책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가 제1멘토였다”면서 “아버지의 평생의 관심이 양극화, 빈부격차였다”고 말했었다. 윤 교수는 월간 ‘사상계’에 실린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윤 대통령에게 읽어줄 정도로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윤 교수는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자애롭게 윤 대통령을 키웠다. 일례로, 윤 대통령이 고교 1학년 때 거구인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기절하면서 다음날 등교를 하지 못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윤 교수가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 등 동료 학자들과 자택에서 술자리를 하던 중 하교한 윤 대통령을 불러 ‘훌륭한 학자가 돼라’고 격려하며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인 지난해 7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집무실를 소개하고 만찬을 하기도 했다. 더 예전인 지난 2021년 4월 2일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에 윤 교수를 부축하고 방문한 자리에서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아 모시고 왔다”고 취재진에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가족장으로 윤 교수의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정 공백이 없도록 윤 대통령은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조화와 조문은 사양함을 널리 양해를 구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후 병원을 찾아서 부친의 임종을 지켰다. 김 수석은 “애도를 표해준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윤 교수의 장례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3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윤 교수는 공주농업고등학교(현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를 졸업, 1958년에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석사 졸업했다. 1967년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 선발돼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윤 교수는 1968년부터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1976년 한국통계학회 회장, 1992년 한국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2001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4월 2일 오전 서대문구 남가좌제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소에 도착,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부축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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