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KB금융그룹이 제안한 대로 전세대출을 DSR에 적용시켜보면 대출 가능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5천만원 직장인, DSR 40% 적용시 전세대출 한도 1억 안돼
구체적으로 KB경영연구소는 만기 일시상환 신용대출에 적용 중인 산정만기(5년)보다 긴 만기를 산정해 DSR 규제를 전세대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용대출은 실제 약정 기간이 1년이고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늘리지만 DSR 산정 땐 ‘5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가정해 대출 규모를 계산한다. 통상 2년 만기 일시상환으로 약정하는 전세대출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금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가 산정만기 5년, 연 4.2% 금리(5월 5대은행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전세대출 평균금리)로 1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DSR은 약 44.4%(장래소득 미반영)로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마저도 다른 대출이 전혀 없다고 가정했을 때다. 이 차주는 1억원 미만으로 돈을 빌려 ‘차주별 DSR 규제’를 피하는 수밖에 없다.
산정만기를 10년으로 늘려도 이 차주가 같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약 1억6500만원에 불과하다. 연봉이 7000만원이라면 동일한 조건에서 2억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1억원 연봉자여야 3억3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7000만원(KB부동산 통계)으로,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할 경우 상당수의 서민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보증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전세대출이 현재 DSR 산정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보증성 자금, 즉 상환자금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적금담보대출, 보험약관대출처럼 상환자금이 있는 대출엔 DSR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만기 시 돌려받는 전세보증금으로 상환이 가능하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박사는 “전세대출은 거래 금액이 커 상환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은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과도한 대출은 주택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DSR 적용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세대출 DSR 적용…전문가들 의견 분분
부동산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전세대출 규제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취약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 전세제도는 집값 하락 위험을 집주인이 떠안고 저렴한 주거비용으로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제공하는 등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면서 “전세제도의 존속에 영향을 미칠 제도적 변화를 정부가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전세사기가 문제니 (전세대출을 규제해) 전세를 없애도록 유도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며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제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에선 가족 단위 거주가 가능한 월세는 수백만원에 이르는데, 월수익 대부분이 거주비로 지출되면 향후 내집 마련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절한 대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저신용자들에게 무분별한 대출을 해 주다 보면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주택 가격 거품도 생길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주택 보증 비율을 낮추고 전세대출에 DSR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