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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EU 2단계 심사로…“장기화 우려”

손의연 기자I 2023.02.19 15:43:50

EU, 미국, 영국 심층 심사…일본 심사 결과도 아직
까다로운 EU 심사 통과 유력…큰 산 넘나
통합 대한항공 출범 늦어질 듯…반납 슬롯 수 촉각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신고 완료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7일 1단계 심사(사전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2단계 심사(심층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영국도 추가 심사에 돌입했고 일본은 아직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 계획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각 경쟁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대한항공이 추가적으로 슬롯(항공기가 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대)과 운수권을 더 많이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U “경쟁 제한성 우려”…대한항공, 경쟁 제한 우려 해소책 모색

19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7월 5일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관련 심층조사(in-depth investigation)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EU는 대한항공이 지난 1월 13일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토대로 1단계(예비) 심사를 벌였지만 추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단계인 2단계 심사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EU 집행위는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집행위는 2단계 심사에 정식 돌입함에 따라 평일 기준 90일간 조사를 벌인 뒤 오는 7월 5일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시정방안 제출 등 상황에 따라 최대 130일까지 조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차 심사 때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큰 기업 간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2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2단계 심사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시정조치안을 보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실상 2단계 심사를 진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1단계에 시정조치안을 반드시 제출할 필요는 없다”며 “경쟁제한성은 심사 초기부터 언급된 내용으로 구체적 사안은 경쟁당국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U가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지적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유럽 여객 중복 노선은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유럽 중복 노선에 들어올 신규 진입 항공사를 찾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스페인 항공사인 IAG와 에어유로파는 EU의 2단계 심사를 거치면서 합병을 철회했다. 양사의 유럽 중복노선은 70여 개에 달해 상황이 훨씬 복잡했기 때문이다.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 역시 마찬가지로 중복 노선이 30여 개에 달해 해결채글 찾지 못하고 합병을 포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반납 슬롯에 대한 우려도

대한항공은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이중 EU와 미국, 일본, 영국 등 4개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난관으로 꼽혔던 중국의 심사에서도 승인을 받아냈다. 심층심사에 돌입한 국가와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승인을 얻어낸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흐름이 나머지 국가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통상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가장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EU로부터 승인받는다면 나머지 절차는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EU가 1단계 심사에서 불승인이 아니라 2단계 심사를 개시한 것이 오히려 승인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의 기업결합심사와 유사한 과정을 진행하는 영국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을 추가 검토하고 있는데, 영국은 사실상 긍정적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추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신고 완료가 최소 반년 이상 늦어지고 있는 점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2022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한 후에도 아시아나를 2년간 별도의 독립 회사로 운영하는 통합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를 설립할 준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기간을 고려하면 메가 캐리어 탄생은 기대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슬롯과 운수권 반납으로 인해 통합 대한항공의 향후 경쟁력 약화도 우려사항이다. 대한항공은 중국에 총 9개 노선의 슬롯 이전을 지원하는 시정안을 중국에 제출하고 승인을 얻었다. 한국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5개 노선 외 추가적으로 4개 노선을 더한 것이다. 영국 경우에도 대한항공이 영국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지원하는 내용의 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심층심사에서도 대한항공이 슬롯을 반납하는 안이 담긴 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EU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가 경쟁제한 우려의 해소 방안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높였다고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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