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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복권이 불발되면서 삼성전자가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이 여전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라 재취업은 불가능하지만, 제한적이나마 삼성전자의 투자와 대형 인수·합병(M&A)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직접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주요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기업 총수로서 대외 활동은 보다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면 복권 카드가 무산된 상황에서 플랜B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현재 무보수, 비상근직, 미등기 임원이라 회사 이사회 참석 등은 불가능하지만, 그룹 총수로서 대외 역할은 강화하면서 투자, M&A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취업제한 때문에 이사회에 참석하고 전략을 직접 챙길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경우 그룹의 미래 성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총수로서 적절한 역할은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를테면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제4이동통신 사업자인 디시(DISH) 네트워크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될 때처럼 이 부회장이 대외 네트워킹은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수주를 따내기 위해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디시 네트워크 회장과 단둘이 5시간 동안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사실상 수주를 확정 지었다. 재계 관계자는 “5시간가량 수행원 없이 창업자인 찰리 에르겐 회장과 등산하며 이번 수주를 확정 지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 부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당선인과 첫 만남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과 축하 만찬 자리에 참석한다. 새 정부와 삼성과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첫 자리’로, 오랜 시간 당선인과 소통을 하긴 어렵겠지만 투자 활성화 등에 관해 교감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새 정부에서 한미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재계의 협조 등도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지고 투자 지표가 악화한 상황에서 새 정부도 재계에 기대하는 모습이 있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를 선언한 만큼 재계와의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의 역할을 무시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완전한’ 경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의 역할에는 여전히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출장을 위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사회 등에 참석하지 못해 권한에 따른 책임을 충분히 지지 못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7월29일 형기가 만료가 되고 8월15일 광복절 복권 또는 법무부의 취업승인이 이뤄져야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여론은 여전히 과반을 넘기고 있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특별사면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68.8%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