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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무늬만 공익법인’ 실태…공정위 의결권 제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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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18.07.01 15:25:20

공정위, 재벌 공익법인 165곳 운영실태 분석
총수일가·계열사 임원 이사참여 비중 84%
핵심 계열사·총수 2세 계열사 주식 비중 높아
수취한 배당금 거의 없어..이사회 거수기 노릇
공익법인-계열사 간 내부거래 통제장치도 미흡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사회공헌사업을 해야 할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등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의 상당수는 총수일가 계열사 주식이었지만, 적은 배당금을 받고도 의결권 행사시 100% 찬성의견을 내는 등 ‘거수기’ 역할을 했다.

논란이 많던 공익법인의 운영실태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익법인이 기부 받은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공익법인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기업집단 소속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운영실태 분석 결과를 1일 공개했다.

공정위가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57곳 가운데 51곳이 보유 중인 165개 공익법인의 운영실태를 조사해보니, 2016년 기준 총수(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총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비중은 83.6%(138개)에 달했다. 총수·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이사장 또는 대표인 경우도 59.4%(98개)나 달했다. 사실상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보유 자산 중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21.8%에 달했다. 전체 공익법인 주식비중이 5.5%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 공익법인은 주로 주력 회사, 상장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총수 2세가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주식 중 63.9%는 상장사 주식이었으며, 68.1%는 1조원 이상 규모의 회사였다. 계열사 주식 중 47.9%는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한 곳이었다.

대부분 대기업 공익법인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은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계열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재벌 계열사 주식 공익법인 기부→상속·증여세 면제→의결권 행사→총수 지배력 유지·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공익법인이 보유한 119개 계열사 주식 가운데 112개(94.1%)에 대해 상속·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현행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기업 총 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까지 보유하는 것은 ‘기부’로 보고 세금(상속·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세제 혜택을 받은 공익법인은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은 적지만, ‘거수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들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시 100%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전체 수입 8조8278억원 중에서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 수입은 932억원으로 1.06%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재벌 소속 공익법인은 총수일가가 상속·증여세 면제 등 세제혜택을 받고 설립한 뒤 이사장 등의 직책을 맡아 지배하고 있으며, 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 2세 출자 회사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계열사 주식이 공익법인의 수익원으로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공익법인은 총수일가 및 계열사와의 주식·부동산·상품·용역거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익법인 165곳 중 60.6%는 계열사 또는 총수 일가와 상품용역 거래, 부동산 거래, 주식 거래, 자금 거래 등을 하고 있었다.

허지만 내부 통제 및 시장감시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익법인과 계열회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는 계열회사만 이사회 의결과 공시 의무가 있고 공익법인은 없기 때문이다.

‘무늬만 공익법인’이라는 실태가 드러난 터라 공정위는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관측된다. 공익법인에 대해 내부거래 공시를 부여하거나 공익법인이 기부 받은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공정거래법 개편 특별위원회는 의결권 전부 제한, 면세혜택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의결권 제한, 일정 한도까지만 의결권 행사 허용 등을 놓고 대안책을 마련 중이다.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공익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박영선·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벌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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