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 시대' 日 젊은층에 거스름돈 투자 유행

차예지 기자I 2017.09.29 08:38:50
일본 엔화 지폐와 동전.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일본 젊은 세대에게 물건을 사고 남는 잔돈을 굴리는 ”거스름돈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 안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나는 투자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탓이다.

이 상품은 예컨대 기준액을 1000 엔으로 설정해 놓고 등록한 신용카드 등으로 물건을 사면 900엔짜리를 샀을 때 거스름돈 100엔, 600엔짜리를 사면 나머지 400엔이 자동으로 투자자금으로 적립되는 방식이다. 한 달 단위로 모인 거스름돈을 운용회사가 투자에 운용한다.

한 여성 회사원은 “우리 나이 세대는 연금을 언제부터 받게 될지 모르는 데다 금액도 부족할 것 같아 스스로 얼마간의 자산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며 “거스름돈 투자는 소액도 가능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은 주식 등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현금과 예금 등 매우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NHK 취재에 따르면 “투자는 속는다는 이미지가 있어 금리가 낮아도 은행밖에는 갈 데가 없다”거나 “주식투자는 위험해서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일본 은행권의 보통예금 금리는 연리 0.001%에 불과해 수명은 길어지는 가운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너무 적다. 100만 엔(약 1000만 원)을 1년간 은행에 맡기면 달랑 10 엔(약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이자로 받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안전지향”이나 “장래불안”을 고려해 나온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거스름돈 투자와 같이 현금과 예금으로 쌓여있던 돈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 살수록 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된 보험상품인 ‘장수생존보험’도 인기를 얻고 있다. 17세기 이탈리아 은행가 로렌조 톤티가 고안한 제도에서 비롯된 보험상품이라는 의미에서 ‘톤친연금’으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사망시 보험금을 줄인 대신 살아있을 동안에 받는 연금이 많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보험료로 모두 565만 엔(약 5650만 원)을 내면 5년 후부터 10년간 매년 60만 엔, 총 600만 엔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수령액을 40만 엔으로 줄이면 10년간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개최한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에서 해외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일본에서 2007년에 태어난 어린이는 107세까지 살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NHK는 현금과 예금에만 의존하는 자금계획으로는 퇴직 후 연금생활이 시작되면 수중의 금융자산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자산수명”을 늘리기 위한 궁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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