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29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담보나 보증이 걸려 있지 않고,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추가 확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앞서 진행되던 채권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불응해왔다. 계약서 대신 대출확인서만을 제출했던 것. 하지만 채권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서류`라는 이유로 "현대그룹이 불성실했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이때문에 현대그룹이 낼 추가 확인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브릿지론 의혹↑..현대그룹 "보증 없고, 인출 가능하다" 반박
현대그룹이 또 다시 대출확인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1조2000억원 대출금이 브릿지론이란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대리인(변호사)은 24일 심리에서 "브릿지론은 본 대출을 받기 전에 받는 단기대출인만큼 담보나 보증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브릿지론이라면 우선협상대상사 심사에서 최대 13점이 깎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그룹은 약물복용 뒤 금메달을 땄던 벤 존슨"이라며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고, 안개가 걷혔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브릿지론과 유사할 뿐이지, 브릿지론과는 다르다"면서 "나티시스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예금 인출이 가능한데, 이 경우엔 `자기자금`으로 분류되며 감점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또 `향후` 담보나 보증이 제공될 지도 모른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현대그룹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란 사실이 담긴 확인서를 추가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 자료를 29일까지 제출할 계획이다. 이 자료엔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이자율이 6% 미만이란 것부터 담보나 보증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 모두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왜 채권단에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소명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나티시스은행과의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 내용도 중요하지만 공신력이 변수될 듯
현대그룹측 주장대로 담보나 보증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며 예금 인출이 자유롭다면 소송에서도 현대그룹측 승산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변수는 확인서가 가진 `공신력`이다. 앞서 채권단은 "한장짜리 대출확인서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면서 현대그룹과의 MOU를 파기했었다.
특히 채권단은 대출확인서 수신인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란 점을 문제삼았다. 채권단측 관계자는 "수신인이 채권단이 아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으로 돼 있고 제 3자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프랑스법인에서 발급받아 수신인이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상태. 현대그룹측 대리인은 "그런 지적을 내놓을거면 채권단이 직접 발급받았으면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그룹이 내는 확인서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지가 재판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그룹은 현재 대출계약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 위해 나티시스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 하지만 시간상 29일까지 대출계약서 제출 협의가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이 대출확인서에 진정성을 얼마만큼 담아낼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대출확인서에 얼마만큼의 의미가 부여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판결을 지켜봐야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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