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기자] 내년 국가채무가 4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08년 300조원 돌파 이후 2년만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3년 국가채무는 500조원에 육박할 예정이다. 국가채무가 단지 5년 만에 200조원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에 따라 국가 재전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2011~2013년 실질성장률로 잡은 5.0%는 낙관적이다. 위기 전 잠재성장률을 무난하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정부 목표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또 국가채무 순증분중 외화자산 및 융자채권 등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를 제외하고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의 증가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도 우려사항이다. 국가채무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국가채무 내년 400조..2013년엔 500조로 `급증`
국가채무는 올해 366조원에서 내년 407조1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로는 35.6%에서 36.9%로 1.4%포인트 악화된다. 지난 2008년 308조3000억원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4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국가채무는 2013년 493조4000억원으로 500조원에 육박한다. 5년 만에 무려 200조원이나 급증하는 셈이다. 더구나 지난 2004년 203조원에서 2008년 308조원으로 4년에 걸쳐 100조원이 늘어났던 것을 감안하면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도 지난해 8조4000억원에서 올해 10조2000억원을 거쳐 내년에 14조1000억원으로 급증한다.
실제 2000년 이후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OECD 회원국중 6번째로 높다. 세계경제의 회복이 아직 요원한 상황이라 세수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정부가 내년 이후 `녹색 성장` 등을 위해 본격적인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국가채무 증가요인들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해외 신용평가사들도 한국의 고령화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자칫 재정 건전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과의 통일로 인해 단시간에 막대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2011~13년 5% 성장 전망.. 지나친 `장미빛`
여기에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의 전제가 되는 실질 성장률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봉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은 "회복기에는 잠재 성장률이 만회되면서 오히려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이 4.8%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GDP가 1% 감소하면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사이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면서 "GDP 대비 재정수지는 이에 따라 0.1~0.2% 감소하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11년 이후 실질성장률을 5%가 아닌 3%로 잡더라도 세수 감소는 매년 최대 4조원에 불과하며, 이에 따른 GDP 대비 재정수지 역시 0.4%가 감소해 대세를 좌우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3년 GDP 대비 재정수지는 -0.5%로 균형 수준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전망이 뚜렷한 근거가 없는 지나친 낙관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잠재성장률이 3%대로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다, 더블딥 우려가 제기되는 등 세계경제 전망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2011년 이후 5% 성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정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강국) 공약을 이유로 오는 2012년 7%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무리한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었다.
◇ 늘어난 채무 대부분 `적자성`..국민 부담 가중
내년 순증하는 국가채무의 상당 부분이 국민 세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적자성 채무라는 문제도 있다.
국가채무는 대응자산의 보유 여부에 따라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뉜다. 금융성 채무는 자산 매각과 융자금 회수 등을 통해 자체 상환이 가능한 국가채무를 말하며, 외국환평형기금이나 주택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적자성 채무는 조세 등 실질적인 국민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로, 일반회계 적자보전, 공적자금 국채전환, 국고채무 부담행위 등이 포함된다.
적자성 채무는 지난해 131조8000억원에서 올해 168조3000억원으로 무려 36조원 가량 증가했다. 내년에는 197조9000억원으로 29조6000억원 증가할 예정이다. 반면 금융성 채무는 올해 196조8000억원에서 내년 209조2000억원으로 12조4000억원 증가한다. 내년 순증 채무 41조1000억원 중 72%가 국민이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인 것이다. 채무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는 임기 불과 5년 동안에 1948년 정부수립부터 2008년까지 60년간 누적된 적자성 채무보다 1.5배 많은 적자성 채무를 만들게 된다"면서 "MB 정부는 역사에 `부자감세로 나라를 망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