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도박판` 오명..벤처시장 제 모습 찾아야
소속부제 등 추진.."상승장서 빨리 도입해야 효과"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코스닥에 대한 정화노력이 활발한 가운데 이제 투자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퇴출 실질심사제도 도입 및 관리종목 매매방식 변경과 함께 부실기업과 한계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그 동안의 투기적인 매매행태를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당초 한계기업의 대거 퇴출 등으로 투자심리 악화가 우려됐지만 시장은 오히려 연일 상승랠리를 펼치면서 정화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 합법화된 도박판 `전락`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실제로 지난해 평균 개인투자자의 거래비중은 90.01%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개인투자자 비중이 93%를 넘어설 정도로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기관은 3.65%, 외국인은 1.9%에 그쳤다.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이 20%를 웃도는 코스피와 비교할 때 개인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때문에 그동안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의 `무덤`으로 불려왔다. 개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소위 `세력`에 의한 시세급변 종목을 뇌동매매하거나 호재성 재료에만 의존하는 투자를 반복해온 탓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은 지나치게 리스크가 높다"면서 "개인들의 경우 충분한 준비없이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돈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지인의 소개로 코스닥 D사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본 한 투자자는 "코스닥에 대한 정화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스닥은 아직도 합법화된 도박판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벤처시장 본연의 모습 찾아야`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제도를 한층 강화해 벤처투자시장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연못을 흐리는 기업들을 걸러내야 하는데 아직 퇴출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역동성을 한층 살릴 수 있게끔 진입장벽은 낮추고 퇴출은 더 엄격히 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코스닥은 다이나믹한 역동성을 가진 벤처시장이어야 한다"면서 "횡령이나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역시 이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그동안 실질심사제도 강화와 관리종목 매매방식 변경 등을 추진해왔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 소속부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 소속부제 조속한 도입 필요 소속부제란 1040여개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회사들을 프리미어(우수)와 비전(성장) 등의 그룹으로 구분해주는 것을 말한다.
소속부제가 도입되면 각 그룹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수를 개발할 수 있어 외국인과 기관들의 투자가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 `프리미어 지수`를 코스닥의 대표지수로 만들어 기존의 유명무실했던 스타지수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ETF지수로 활용토록 해 기관자금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성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보는 "소속부제를 도입하게 되면 프리미어지수를 ETF지수로 활용해 개인들을 장기투자로 유도할 수 있다"면서 "이와 함께 코스닥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소속부제를 도입하면 좋은 기업과 덜 좋은 기업을 차별화해주는 잣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만큼 소속부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