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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들의 기부 마케팅이 색을 입기 시작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면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기부 마케팅이야 새로울 게 없지만, 대표 색상을 정해 캠페인에 지속성을 부여하고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참여자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것은 한결 진화된 형태의 패션마케팅 기법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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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의 기부마케팅은 이런 ‘멀티-미’ 심리를 이용한다. 자기만족적인 패션상품의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의나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동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는 심리를 충족시키기 때문.
다만 이런 기부 프로그램이 연말연시나 특별한 행사를 위해 임의적이며 한시적으로 마련되는 데 반해, 최근의 컬러 마케팅은 색상을 통해 참가자 사이의 연대감을 강화함으로써 기부 활동의 지속성을 이끌어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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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스를 비롯, 갭 아이팟 모토로라 엠포리오아르마니 등이 ‘레드(Red)’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해 이들 제품의 판매금액 일부를 에이즈 구호기구인 글로벌펀드에 기부한다. 국내서는 컨버스와 아이팟의 레드 제품이 출시돼있다.
컨버스 마케팅담당 박진희씨는 “해외서는 7월부터 실시했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오프라 윈프리, 브래드 피트, 다코타 패닝 등 유명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캠페인 모델로 나서는 등 관심이 대단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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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시계브랜드 스와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푸른색 유엔인권시계를 내놓았다. ‘Shake the World No.2’라는 제목이 붙은 이 시계는 유엔 인권이사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제품이다. 유엔의 상징인 연한 하늘색 몸체에 버클에는 비둘기가 그려진 유엔 로고가 달려있다. 다이얼에 표시된 숫자 2는 세계인권선언 2조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에 의해 어떠한 차별도 받지않아야 하며 나아가 국가 역시 국제적 지위에 근거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평등권에 대한 조항이다. 평등한 세상에 대한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푸른색 시계를 차는 것이 가능한 셈. 시계 판매 수익금중 일부는 유엔재단에 보내져 환경 교육 통신사업에 사용된다. 스와치는 이 푸른색을 이용한 유엔시계 출시를 매해 지속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가 이달 초 국내 도입한 캐나다 캐주얼 브랜드 루츠는 ‘그린(Green)’을 내세운 캠페인을 벌이며 불과 한 달 만에 주력 소비자인 대학생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환경을 생각하는 캐주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녹색으로 칠한 10대의 대형버스를 이용, 환경과 건강을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내달 5일부터는 두 번째 ‘그린’ 캠페인으로 헌 티셔츠를 가져오면 그린색 로고가 찍힌 캠페인 티셔츠로 바꿔주고 원하는 사람은 OK캐쉬백을 이용해 기부도 할 수 있게 했다. 수집된 헌 티셔츠는 사회봉사단체에 기부된다.
루츠 마케팅팀 함혜원 과장은 “시각 이미지에 민감한 세대이어서인지 몰라도 젊은이들은 말보다 색채 이미지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며 “그린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정확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귀띔했다. 잘 선택된 캠페인 색상이 열 마디 구호보다 힘이 센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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