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종구기자] 경기가 회복되면서 가계도 빚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열풍과 은행들의 경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됐고, 여신전문금융기관이나 백화점 등 판매회사를 통한 외상구매도 크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가계대출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크게 떨어지고 비은행권 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5년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521조 4959억원으로 연중 46조8336억원 증가했다. 증가액은 전년 27조원보다 크게 확대됐고, 증가율도 6.1%에서 9.9%로 높아졌다.
이중 가계대출은 493조4687억원으로 연중 44조705억원(9.8%) 증가했다. 전년에 28조4559억원(6.8%)에서 크게 확대됐다. 신용카드회사나 할부금융회사 등의 판매신용 잔액도 28조273억원으로 2조7632억원(10.9%) 늘어나 2년간의 감소세에서 탈피했다.
가계대출은 예금은행,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택관련 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상호신용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가계대출은 대출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리스크관리 강화로 전년 10조원대 증가에서 8조7344억원 증가로 다소 둔화됐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용도별로 분류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 50.2%가 주택관련 용도였다. 주택관련 용도 대출비중은 2004년 2분기 이후 7분기째 50%를 넘어섰다. 다만 8.31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3분기부터는 주택용도 대출 비중이 다소 낮아지는 모습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 여신전문기관 대출은 감소세가 대폭 축소됐다. 2004년에는 10조원 넘게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2조7512억원 감소했다.
주택금융공사와 국민주택기금 등의 대출도 작년 한해동안 6조1858억원이 늘어 전년 3조3505억원에 비해 거의 배증했다. 모기지론 취급 확대와 11월부터 시자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신규 취급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금 잔액에서 예금은행과 신용협동기구 비중은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 지난해말 현재 각각 61.9%와 15.8%를 차지했다. 여신전문기관 비중은 계속 떨어져 4.8%에 불과했다.
모기지론의 확대 영향으로 대출이 만기화되는 바람직한 현상도 나타났다. 10년 이상 대출 비중은 2004년말 41.7%에서 지난해말 48.8%로 늘어났다. 대신 1~10년 미만 대출비중이 줄었고 1년 미만 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도 나타났다.
판매신용은 민간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전년 1조3651억원 감소에서 2조7632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신용카드회사, 할부금융회사, 백화점의 판매신용이 일제히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방향을 바꿨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가계대출에서 예금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중 예금은행 비중은 전분기 74%에서 47%로 떨어졌다.
또 판매신용은 3분기까지만 해도 소폭 증가에 그치다가 4분기에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까지 2500억원 가량 증가에 그쳤으나 4분기에만 2조5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여신전문기관 판매신용이 4분기에만 2조3000억원 증가했고 들쭉 날쭉하던 판매회사 신용도 1562억원 대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