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자신감이 넘친다.그 자신감의 한축은 탄탄한 "실력"이다.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해박한 이해,그것이 자신감의 펀더멘탈이다. 외국계은행과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그룹 재무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것이다.여기엔 네이티브 스피커를 뺨치는 영어 구사력도 빼놓을 수 없다.
또 다른 한축이 있다면 그것은 솔직함이다. 좋고 나쁨에 대한 입장이 뚜렷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가 명확하다.물론 자신감과 솔직함은 동전의 양면일 수도 있지만 두가지 캐릭터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황 사장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황 사장은 지난달 초 삼성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증권업계에 충격적인 화두를 던졌다.바로 "정도영업"이란 단어였다.황 사장은 "정도영업은 고객과 증권사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자는 것"이라며 "업계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에 더욱 더 정도영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도영업을 해서 순위가 밀리더라도 이를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황 사장은 "결국엔 정도영업이 업계 1위의 반석을 굳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약정"이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증권업계에서 "정도영업"이라는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진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 취임 한달째를 맞는 황 사장을 만나 "정도영업"의 추진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정도영업은 고객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
-정도영업을 선언했는데 내부의 반발은 없던가요.기존 관행을 무너뜨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증권사가 정도영업을 하기 힘든 이유가 있습니다.바로 "약정"때문입니다.약정은 증권사의 매출이나 이익과 직결되고 따라서 증권업계에선 "성역"입니다.모든 가치기준의 잣대가 됩니다.어느 사장이든 정도영업을 하고 싶지 않는 사장 있겠습니까.그러나 원칙을 준수하고 정도를 지키다보면 약정에서 펑크가 나거든요.영업담당 임원이 약정에서 밀리면 사장한테 깨지고 또 사장은 회장한테 깨지거든요.그러니 누구든 약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그런 어려운 일을 어떻게 선택하셨습니까.
▲저만 결정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회장께서 밀어주셨죠.회장께 "삼성증권이 지금은 1등인데 정도영업하면 순위가 밀립니다.업계 3-4등 정도로 내려갈지도 모릅니다.그래도 괜찮으십니까"하고 말씀드렸지요.그랬더니 "5등까지 내려가도 좋아" 하시더라구요.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제가 정도영업을 선언하니까 "그런 소리 한번만 더 들으면 100번이야"식의 반응이더군요.그러나 그간의 관행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진행되고 사장이 직접 "1등에서 밀려도 좋다"고 강조하니까 "이번엔 진짜인가 보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업계 5등으로 내려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피할수 없을 것 같습니다.
▲증권사 수수료중에서 사이버 수수료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일임매매에 의한 수수료 수입은 전체의 10%에서 15% 수준에 불과합니다.최악의 경우 일임매매에 의한 수수료를 한푼도 못 벌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러면 그만큼 수수료 수입이 줄고 최고 2% 정도 시장점유율이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정말 삼성증권이 5등으로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그러나 저는 삼성 직원들을 믿습니다.설령 단기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져서 3-4위로 밀린다 하더라도 강한 복원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등은 해본 사람만이 하는 겁니다.학습되는 것이거든요.지금은 직원들이 "정도영업"의 패러다임에 익숙치 않지만 우리 직원들은 금새 "정도영업"의 패러다임으로 1등을 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도영업의 개념이 명확하게 무엇입니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업을 말합니다.증권사의 온갖 나쁜 관행들, 예를들면 일임매매 통정매매 같은 것들이 고객을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거든요.결국엔 고객에게 피해를 주고 증권사 직원 스스로도 망치는 겁니다.
국내 증권업계 카지노 멘탈리티 벗어야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입니까.
▲증권사와 고객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증권투자자들이 증권사를 보는 시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카지노 멘탈리티"입니다.즉 도박장을 제공하는 하우스라는 것이죠.그래서 결국 고객들은 돈을 잃어도 증권사들은 수수료 받아서 돈 버니까 "내돈 물어내라"는 식으로 나오는 되는 것입니다.
-증권투자자들의 이같은 관행을 깨트리는 것도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일단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벌여나갈 것입니다.우선 고객의 자산관리가 중요한 한 축이 되겠죠.증권사가 랩 어카운트 상품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물론 트레이딩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겐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장기적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받고 트레이딩 자체에 대해선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도영업을 위해선 각종 여건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닐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사내 인프라가 갖춰져야 합니다.지금까지의 관행에 대해서 과감히 수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센티브 체계도 바뀌어야 합니다.약정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고 고객에 대한 수익률을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죠.회사 입장에선 마켓셰어는 줄어드는 데 비용은 늘어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업계 1위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관행 바뀐다
-여타 증권사들도 삼성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산업계건 1등의 행동과 영업방식이 중요합니다.1등이 변칙적으로 돈을 벌면 2,3 등도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그보다 더 변칙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비지니스 모델은 천수답 스타일이었습니다.시장이 좋으면 돈을 벌고 시장이 나쁘면 손해를 보는 식이죠.이런 관행을 바꿔보자는 것입니다.삼성이 하는 "정도경영"은 분명 실험적입니다.그렇지만 아주 주목받는 실험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희망입니다만 이런 실천경험을 공유했으면 합니다.성공하면 성공하는대로 노하우와 매뉴얼을 전수할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한다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분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도영업의 취지야 좋지만 아직 국내 증권업계에 이를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란 시각도 있습니다.굳이 힘든 짐을 앞서서 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려운 질문이신데.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었거든요.사장으로 취임해서 직원들 격려하면서 "1등을 지키자"고 밀어붙이면 사실 "빛"도 나고 밖에서 보기에도 멋있어 보이지요.그러나 5년 후에 증권계 후배들이 "삼성증권이 그때 1등이었는데 1등 때문에 업계 풍토 망가졌다"고 평가한다면 안되는 것 아니겠어요.
외국인들이 신뢰하는 증권사 만들겠다
-삼성증권의 여러 부문중에서 강화하고 싶으신 영역이 있다면 어디입니까.
▲수익기반을 대체로 3가지 축으로 가져갈려고 합니다.하나는 기존의 브로커 수입이고 또 하나는 자산관리를 통한 수익이지요.나머지는 투자은행으로서의 기능인데 국내M&A 대형딜 등을 포함합니다.욕심이지만 국제적인 대형 딜에 삼성증권이 주간사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제2주간사 정도로는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삼성증권의 리서치팀에 대해 특별히 주문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습니까.
▲리서치팀은 아주 우수합니다.그러나 100%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요.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리포트를 원할 때 선호도가 높은 곳이 메릴린치 UBS워버그 CSFB라고 합니다.삼성은 CSFB와 비슷한 수준입니다.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들이 외국계증권사의 코멘트보다는 한국의 삼성 코멘트를 더 신뢰하도록 하자는 게 제 주문입니다.
<황영기 대표 이력>
◇71.2 서울고등학교 졸업
◇75.2 서울대학교 상과대 무역학과 졸업
◇75.2 삼성물산 입사
◇81.8 파리은행 서울지점
◇86.6 뱅커스 트러스트 아시아지역담당
◇89.5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
◇94.3 삼성전자 자금팀장(상무)
◇97.1 삼성생명 전략기획팀장(전무)
◇99.8 삼성투신운용 대표이사
◇01.6 삼성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