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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대응 훈련[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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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31 0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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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대응 훈련[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서 얼마 되지 않아 ‘조만간 시간을 잡아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미디어 트레이닝은 언론을 대하는 방법을 훈련받는 것을 말하는데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CEO 등 고위 임원이나 업무상 언론 접촉 가능성이 높은 관리자들은 의무적으로 이 훈련을 받도록 돼 있다. 한 번만 받는 것이 아니라 2~3년마다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당시 필자는 이미 언론 관련 업무를 수년간 한 경험이 있는 상태여서 ‘뭐 새로 배울 것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교육 내용은 큰 도움이 됐다. 그 이후에도 여러 홍보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았고 필자가 홍보 담당 임원으로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적도 많았다.

미디어 트레이닝은 언론과 기자들의 특징에 대한 설명, 대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언론과 접촉할 때 주의사항, 회사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표준 답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작성, 방송 인터뷰 연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내용을 다 담으려면 최소한 4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요 인력들을 한꺼번에 반나절을 빼는 것이니 이 교육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 된다.

교육 방식은 강의뿐만 아니라 토론과 롤-플레잉(Role-Playing)도 포함돼 있다. 잘 알려진 기업의 위기관리 실패와 성공 사례를 들어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점이 잘 됐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현직 기자가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또 기습 인터뷰(Ambush interview)처럼 갑작스럽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회사를 둘러싼 까다로운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져 답하는 모습을 촬영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크게 당황해 아무 말도 못하거나 해서는 안될 말을 답하기도 한다. 녹화한 인터뷰를 재생해 보면 당사자도 몰랐던 본인의 부정적인 말투나 표정을 발견하게 되고 어떤 습관을 고치면 좋겠다는 조언을 받기도 한다.

언론을 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에 고위 공무원이 기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실수를 하고 그 내용이 보도돼 그 공무원 경력이 완전히 망가진 사례들이 있었다. 재벌 기업 오너 일가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언행이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이 잠깐 엉뚱하게 말한 부분도 언론에서는 콕 집어 보도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수도 있다. 언론이 전체적인 맥락을 생략하고 일부 실수한 부분만 부각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언론은 본질적으로 국민과 독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부정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만약 언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훈련받고 준비가 돼 있다면 이런 문제를 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관점을 이해한다는 것은 조직 외부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뜻이다. 회사에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해당 부서 담당자들은 ‘업계 최초다’,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외부와 소통하다 보면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회사에서 이미 출시한 내용과 유사하지 않느냐’ 또는 ‘결함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홍보부서는 때로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 돼 기자나 고객, 감독당국 등의 입장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또 레드팀(Red Team)의 역할을 하며 다양한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연습하게 한다.

반나절 교육을 받는다고 갑자기 언론 대응 전문가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론을 포함한 외부의 비판적 시각을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 교육을 통해 잠시 나 자신을 벗어나고 조직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언론 대응 뿐만 아니라 고객의 불평에 대응하고 상사의 문제제기에 답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은 중간 관리자를 넘어 부서장과 임원으로 성장할수록 점점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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