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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세기관지염과 기관지염은 너무나도 다른 병이다. 기관지는 나무 줄기와 비슷하다. 세기관지란 나무에서 나뭇잎이 달리는 아주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폐에 연결되는 말단 기관지를 말한다. 결국, 세기관지염과 기관지염은 임상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세기관지염은 생후 2세 이전의 영아에서 주로 발생하고, 돌 전후에 가장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이며, 영아 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세기관지염은 하기도의 감염 질환으로서 세기관지의 염증과 그로 인한 세기관지 폐쇄를 특징으로 한다.
큰 아이들이나 성인들은 영아보다 세기관지가 튼튼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세기관지염의 특징적인 임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세기관지염의 원인은 대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에 겨울과 초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세기관지염의 원인인 바이러스는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가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다른 바이러스(parainfluenza virus, adenovirus, rhinovirus, mycoplasma pneumoniae) 등도 원인이 된다.
세기관지염이 더 잘 발병하는 인자들로는 조산아,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영아, 과밀한 주거 환경, 간접흡연 환경 등을 들 수 있는데, 최근에 어린 나이에 놀이방 등의 집단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조산아의 생존율이 높아진 것도 환자 수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급성 세기관지염은 감염에 의한 기도 점막의 부종 및 점액이나 세포 탈락물의 축적으로 인한 세기관지의 폐쇄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영아는 기도 안지름이 작기 때문에 세기관지 폐쇄로 인한 호흡 곤란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세기관지염에 걸리면 처음 수일간 맑은 콧물, 재채기, 미열 등의 상기도 감염 증상이 선행하고, 수일 안에 기침이 심해지면서 천명음(쌕쌕거리는 숨소리)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호흡이 빨라져 수유가 힘들어지고, 심하게 보채며, 청진기를 쓰지 않고도 천명음이 들리고, 청색증을 나타내면서 호흡 부전으로 진행한다. 대체로 고열은 동반되지 않지만 폐렴까지 동반되면 열이 발생하게 된다.
진찰 소견에서는 호흡이 빨라지고 60~80회/분 숨쉬기 힘들어하며, 더 심해지면 얼굴과 입 주위가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고, 또 코 벌렁임과 갈비뼈 하부의 함몰이 보인다.
세기관지염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진찰로 충분히 진단 가능하며, 흉부 방사선(X-ray) 소견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천식은 급성 세기관지염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므로 감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질병이지만 소아 천식과의 감별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소아에서 자주 반복되는 세기관지염의 증상 천명(쌕쌕거림), 상기도 감염의 증상 없이 동반이 없는 갑작스러운 천명(쌕쌕거림)의 발생, 알레르기 질환(아토피 피부염, 비염, 결막염), 천식의 가족력 등이 존재한다면 천식을 더 의심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