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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전날 유로존 가계의 저축률이 올해 2분기(4~6월) 15.7%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인 12.4%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영국 가계의 2분기 저축률도 3년 만에 최고치인 10%로 치솟았다. 이 역시 2010~2019년 평균인 7.5%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미국의 올해 2분기 개인 저축률이 5.2%로 2010~2019년 평균인 6.1%를 밑도는 상황과 대비된다. 가계와 개인이라는 점, 기간이 다르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유럽에서 저축에 무게를 두는 가계가 늘어난 건 분명하다고 FT는 짚었다.
미국과 유럽 가계 모두 팬데믹 이전보다 주택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주택담보대출 기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저축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유럽에선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더 많이 저축하는 반면, 미 주택 소유자들은 15년 또는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때문에 역대 최저 수준의 이자율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유럽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과 달리 유럽은 중동의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미국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롬바르드 오디에 은행의 사미 차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인들은 전쟁이 임박했고 독일이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저축하고 있다”며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유럽인들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차이는 양측의 경제 회복 추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가계 지출 증가에 힘입어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로존은 0.7%, 영국은 1.1%에 그치고 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저축률이 낮아지면서 소비자 지출이 촉진됐고, 이는 미국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 경제가 유럽 경제보다 더 빨리 성장한 주요한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활발한 주식시장과 높은 부동산 가격이 미 가계의 자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유럽 가계는 주식 보유량이 (미국보다) 적기 때문에 자산 증가폭도 작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성장세는 전날 공개된 고용지표에서도 확인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대비 25만 4000개 늘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5만개는 물론, 지난 12개월의 월평균 20만 3000개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미 경제가 지속 확장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