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
“‘마인드’ 점유하자는 생각으로 진출”
“日 EV 시장의 경계감, 스며들어 풀어낸다”
“CXC 통해 새로운 고객경험 제공하는 중”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일본에서 현대차 재판매 개시 이후 올해 8월까지 700여대 이상을 판매하며 ‘마인드’(마음) 쉐어(점유율)를 높이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 번 겪었던 브랜드 경험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해 현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가겠다는 전략입니다.”
|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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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상무)은 지난 26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 지 1년여가 지난 것과 관련, “서서히 스며들어 가는”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시장 진출 8년 만에 일본 판매를 철수했던 현대차는 이후 12년 만인 지난해 판매를 개시한 바 있다. 이후 일본 현지에서 지난 8월까지 판매한 차량은 700대를 웃돈다. 일각에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에 대해 조 법인장은 “한 번 겪었던 브랜드 경험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자 많은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대표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조 법인장은 “어떤 세그먼트이든 프리미엄을 갖고 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어 시차를 두고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보다 앞선 점을 노렸다. 현재 현대차가 일본에서 판매 중인 차량은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등으로 내달 초에는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도 출시한다. 아직 전기차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고 인프라도 부족한 일본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조 법인장은 “현대차는 2년 연속 전기차로서 올해의 차를 차지한 브랜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는 ‘일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는 등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후광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전략적 포지션을 유지하고 다양한 소형·세단 차량부터 크로스오버차(C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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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법인장은 ‘스며들기’ 방식을 통한 일본 시장 공략 계획도 구체화했다. 광고나 렌트카, 차량 공유 등을 통해 현대차 전기차를 접하고 고객이 스스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도 론칭해 전기차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고 높은 현지 차량 정비 가격도 낮춘다. 현대차가 올해 4년 만에 열린 재팬 모빌리티쇼(옛 도쿄 모터쇼)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기반부터 하나하나 다져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일본에서 판매 차종을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중국 BYD와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BYD는 재팬 모빌리티쇼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짧은 시간 동안 전기 승용차 3종을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일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조 법인장은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잘 하고 있지 않나”며 “BYD는 원래 (일본에서) 상용차 사업을 하고 있었고 제3세계에서 잘 팔리는 BYD (승용차) 라인을 안 파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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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BYD는 지방 중고·수입차 리테일(소매판매)과 손을 잡고 급격히 딜러망을 확장하고 있어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본다”며 고객 경험을 강조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시장에 침투하는 현대차와는 궤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온라인으로만 자동차를 판매한다. 하지만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를 비롯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 체험형 전시장·프리미엄 고객센터 등을 마련해 고객들이 직접 현대차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있다.
| 현대차 일본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CXC) 전경.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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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법인장은 “고객이 차를 접하는 곳이 딜러가 아닌 카페, 서점, 게임 센터 등으로 우연히, 하지만 자연스럽게 EV(전기차) 모빌리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두 번째 CXC 역시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CXC가 없는 관서 지방을 예로 들며 “현대차 고객군을 보며 여러 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