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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FTX가 고객 자금을 부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알라메다)에 빌려준 사실을 두 회사의 경영진이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알라메다는 FTX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캐롤라인 엘리슨 알라메다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시간으로 지난 9일 직원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FTX가 알라메다에 고객 자금을 보내기로 한 결정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엘리슨은 이같은 내용을 샘 뱅크먼-프리드 전 FTX CEO와 게리 왕 FTX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술 담당 임원 니샤드 싱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먼-프리드가 10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고객 자금을 비밀리에 알라메다로 송금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 금액 중 약 17억달러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으며, 또다른 소식통은 사라진 자금이 10억~20억달러 사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암호화폐 투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쓰리 애로우즈 캐피털’이 파산한 뒤 알라메다는 다수 채권자들의 상환 요구를 받았다고 WSJ은 덧붙였다. 알라메다는 부족한 벤처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부터 FTX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가운데 수천억원대의 코인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했다. 해킹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부 소행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날 블록체인 분석회사 난센을 인용해 FTX의 코인 거래 플랫폼 FTX 인터내셔널과 FTX US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6억6200만달러(약 8700억원) 코인이 사라졌다고 타전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솔라나, 바이낸스토큰을 포함해 다양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이 FTX에서 빠져나가 탈중앙화거래소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탈중앙화 플랫폼은 자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상한 자금’ 유출은 FTX가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에 발생했다.
FTX 파산 보호 신청과 함께 이같은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FTX의 설립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아르헨티나로 도피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뱅크먼-프리드는 로이터의 도피설 관련 질문에 문자 메시지로 “아니다”라며,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에 있다고 답했다.
FTX는 지난 11일 회사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의 법원에 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FTX의 부채가 100억~500억달러(약 13조~66조원), 채권자는 10만명 이상이다. 부채 규모는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이며, 올해 파산 신청 기업 중에서도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