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카카오톡, 무소 뿔 처럼 가라

남창균 기자I 2012.07.26 10:48:46
[이데일리 남창균 기자]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고은 ‘길’)

카카오톡 세상이다. 카톡은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고 뉴스를 생산한다. 카톡이 모바일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뚫고 먹거리를 만들고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는 것이다.

카톡은 서비스를 시작(2010년 3월19일)한 지 2년4개월된 신생 기업이지만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출시 1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 2년만에 42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달 8일 5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가입자만 3600만명을 웃돈다. 카톡의 진화는 혁명적이다. 지난 3월20일 한국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를 선보이며 페이스북 트위터에 도전장을 던졌고, 지난달 4일에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을 출시해 무료통화 문제를 쟁점화 했다.

태풍이 수증기를 빨아올려 세력을 키우듯 카톡은 가입자 수를 늘리면서 파워도 막강해 지고 있다. 우선 인터넷과 통신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무료문자, 무료통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통신사들이 독점해 온 통신시장의 둑에 구멍을 냈다. 문자와 음성을 주 수익원으로 삼아온 통신사들은 앞으로 데이터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짜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카톡은 이제 모바일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아 가는 중이다. 그동안 각자도생해 오던 게임업체, 소셜커머스업체, 전자결제업체 등이 카톡이라는 자석에 착착 달라붙고 있다. “카카오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목표가 하나 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한 셈이다.

카톡이 지속 가능한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흑자전환이 급선무다. 카톡은 작년에 15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올 상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지난 4월 텐센트와 위메이드에서 각각 720억원, 200억원을 유치해 자금난을 덜었지만 자체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덩치를 불리기는 커녕 현상유지도 쉽지 않다. 이미 올해에만 전력 장애 등의 문제로 몇 차례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었다.

김 의장은 올해를 비즈니스적으로 의미있는 시도가 많이 나올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카톡은 ‘선물하기’ ‘플러스친구’ ‘이모티콘’ 등의 수익모델을 선보인데 이어 조만간 게임센터를 오픈하고 소셜커머스 개념도 도입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의 결제를 돕기 위해 사이버머니 ‘초코’도 도입했다. 이런 시도들이 성과를 낸다면 4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카톡은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글로벌 모바일 업체가 대학생이라면 카톡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다. 카톡의 미래는, 카톡이 언제까지 갈구(Hungry)하는 자세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당장의 성과에 안주한다면 골목대장은 될 수 있지만 글로벌 챔피언의 꿈은 접어야 한다. 포털 1위 네이버가 모바일 적응에 실패하면서 성장 엔진에 경고등이 켜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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