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어준선 회장 "약가인하가 능사 아니다"

문정태 기자I 2010.03.22 11:15:08

"협회장 사퇴, 복지부 진지한 대화 촉구 위한 것"
"제약산업 발전, 약가인하 오히려 걸림돌"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처방총액절감제가 대안"

[이데일리 문정태 기자] 지난달 11일 한국제약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어준선 안국약품(001540) 회장이 돌연 협회장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부터 2주일이 지난 25일 그는 협회장직을 사퇴하면서 제약협회의 `공식`적인 업무에서 손을 뗐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임에 제약업계는 혼란스러워 했다. 특히 "회장으로서 그동안의 고충에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정부의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강행을 앞두고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하겠냐"는 탄식의 목소리가 컸다.

그가 사퇴한 지 한 달이 가까워져 가고 있다. 아직 제약협회의 수장자리는 비어 있는 상태. 그 사이 복지부는 오늘(22일)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입법예고함으로써 법제화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앞선 지난 18일 어준선 회장은 사퇴 후 처음으로 이데일리와 만났다. 그는 회장직을 사퇴한 이유가 제약업계와 정부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으며, 저가구매인센티브제의 대안으로 처방총액절감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前) 제약협회장으로서, 그리고 제약업계의 원로로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제약업계에 바라는 바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 "협회장직 사퇴, 복지부에 진지한 대화 촉구 위한 것"

▲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前 한국제약협회 회장)
먼저, 어준선 회장은 제약협회장 사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 회장은 "여러가지 약가인하 제도가 겹치게 되는 상황에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만은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정부에 밝혀 왔다"며 "좀 더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하나하나 고쳐나가자는 것을 정부에 호소하기 위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직접 구성해 회장 직무대행을 지명함으로써 정책 당국과의 대화창구를 마련코자 했으며, 최근 복지부와 업계 간 협의체가 구성돼 상호 간의 진솔한 대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리베이트 근절, 업계 다양한 자정노력"

어준선 회장은 지난해 2월 제약협회장에 취임하던 때부터 리베이트 척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 이를 실행에 옮겨 왔다. 그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도입(CP)을 선포하고 제약업체의 참여를 독려해 지난해 말 43개 제약사가 이를 도입하도록 이끌었다.

또한, 의약품 유통부조리 신고센터 설치, 대국민 결의대회 개최,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의 현실화를 위한 개선안 마련, 복지부-다국적산업협회와의 의약품 투명거래를 위한 자율 협약 제정 등 실질적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놨다.

특히 그는 근본적인 리베이트 근절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위 제약사 10여 곳의 CEO들과 매월 2회씩 회동을 하면서 대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리베이트를 발생할 소지가 있는 예산항목을 없애기로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영업현장을 누비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어려움으로 직결되는 것에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일부 영업현장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약업계에서만이라도 향후 철저한 교육을 통해 이러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처방총액절감제가 대안"

어준선 회장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 정책이 `제약산업발전 방안`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책이 `약가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보장성은 높지만,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보험료 부담은 적은 편"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재정의 적자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는 약가를 낮춰서 재정의 적자분을 메우려고 하고 있다"며 "보험제도의 근본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보험료를 올리지 못할 바에는 그 적자분을 아예 예산으로 편성해야 된다"고 제언했다.

어 회장은 `처방총액절감제`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제도는 의사나 병원이 일정 약품에 대한 처방총량이 기존보다 줄어들 경우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는 "처방총액 절감제는 동일한 의약품 중에서도 의사들이 값싼 의약품을 처방함으로써 약제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며 "또한, 다품목 소량품목으로 조제가 가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제도 또한 제약업계는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지만, 의사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리베이트에 대한 욕구를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인위적 업계 구조조정은 실패할 것..투자유인 정책 필요"

정부는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각종 규제책과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어 회장도 체질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 동감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부터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그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제약계에서는 60여개 회사가 2조원 정도의 돈을 썼다"며 "많은 곳은 1000억원이 넘게, 적은 곳은 수백억원대의 시설 및 R&D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업계의 체질 개선은 철저하게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바탕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려 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선진화된 제도를 만들고, 그것(제도)에 제약사들이 들어올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R&D는 자기(회사)가 돈에 여유가 생겨야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업계의 사기 진작을 위한 정책적인 배려를 한다면 제약산업은 명실공히 국가신성장동력의 새로운 모습으로 크게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제약 R&D 세액공제 이끌어낸 것 보람"

어 회장은 재임기간중 화학의약품의 R&D 투자비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이끌어 낸 것을 의미가 큰 일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기획재정부를 여러 차례 방문해 장관과 세제실장을 설득했었다"며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정한 것은 보람 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기관이나 단체에 회원사가 직접 기부금을 주지 않고 협회가 공동으로 지불하게 한 것과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의약품기술연구사업단을 출범시킨 일도 의미가 큰 일로 꼽았다.

아울러, 서울시내 영세가정의 65세 이상 노인 400명에 대한 건강검진 및 상비약 지원 등의 활동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물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제약협회장직을 떠나야 했던 그에게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어 회장은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복지부와 함께 공정경쟁규약을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데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일부분에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대안으로 제시한 처방총액 절감제가 복지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리베이트를 효과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채택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덧붙였다.

◇ 약력
▲충북 보은 1937년생 ▲대전고 졸업 ▲중앙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명예경제박사 ▲안국약품 대표이사 사장 ▲대한약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금융세제 분과위원장 ▲제약협회 부회장 ▲안국약품 대표이사 ▲15대 국회의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 ▲국회경쟁력강화 및 경제제도개혁 특별위원회 간사위원 ▲제2기 노사정위원회 위원 ▲자민련 충북도지부 위원장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한국제약협회 회장 
 
◇ 상훈
▲모범상공인 대통령 표창 ▲산업포장 ▲국민훈장 모란장 ▲투명한 100대 기업 ▲다빈치 다이아몬드 수상 ▲`2007 글로벌경영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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