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권, 공포덜고 회복 기대감에 `반짝`

김윤경 기자I 2009.04.10 11:13:17

웰스파고, 사상최대 실적 예상
NYT "19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할 듯"
실적개선 + 정부 추가지원 불필요..낙관론 `솔솔`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근심이 가득했던 미국 은행권이 최근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졌다.
 
씨티그룹이 지난 달 "1,2월 수익을 냈다"고 밝힌 이후, 점차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는 듯하더니 재무부가 실시한 재무 건전성 테스트(스트레스 테스트)를 19개 대형 은행들이 모두 통과할 것이란 낭보가 들려왔다. 더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은 없어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웰스 파고도 사상 최대 규모의 1분기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정부 지원없이도 은행권을 좀먹고 있던 부실이 차츰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대일 뿐, 결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대를 먹고 먼저 자라는 것이 주가인지라, 은행들의 주가는 뛰고 증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 美 은행권 실적 개선 `확인중`  

지난 2월만 해도 화두는 은행 국유화(nationalization)였다. 씨티그룹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는 불안감을 확대시켰다. 재무부가 부실자산 해소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다 씨티그룹이 전한 희망의 메시지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올해 들어 1,2월엔 수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어 케네스 루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CEO 역시 낙관론을 피력하면서 막대한 손실만 내고 있던 은행들의 사정이 달라지고 있음이 주지됐다.

재무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다시 내놓은 부실자산 해소안도 공적자금 소요를 우려한 일부 비판은 있었지만,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에 있어 핵심적인 관건인 은행 문제 해소 방법을 제시한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를 확 낙관적인 쪽으로 돌려 놓은 게 바로 9일(현지시간) 웰스 파고가 밝힌 1분기 실적 전망이었다. 
 
웰스 파고는 지난해 인수한 와코비아의 실적을 포함한 1분기 순이익이 3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55센트로 예상, 팩트셋 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31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25억5000만달러(주당 79센트)의 순손실로 7년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웰스 파고는 이어 발표될 은행 실적에 대한 `희망가`란 해석이 다수다.
 
델타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브루스 자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는 은행들의 실적 발표가 재앙이 아니라, 적자에서 흑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최악의 영업 실적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란 증거"라고 강조했다. 
 
◇ "정부의 추가지원 없어도 된다"
 
지난 해 말 열심히 부실을 떨어낸 은행들의 영업 실적까지 이렇게 개선된다면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산소 마스크를 대 왔던 정부의 부담도 한결 줄게 된다.
 
특히 자산 10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에 대해 지난 8주간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19개 은행 모두가 이를 통과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해 이런 추정에 힘을 실어줬다. 테스트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 티모시 가이트너 美 재무장관(가운데)
물론 테스트 결과가 "모든 은행이 건전하다"는 건 아니다. 더 지원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정부는 일부 은행에 대해 부실 자산을 빨리 해소하라는 `압박용`으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렇게 재무제표가 깨끗해지면 민간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기도 쉽다.

토마스 호니그 미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한 연설에서 정부의 재무 건전성 테스트(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추가로 공적자금을 받아야 하는 대형 은행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그러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정부의 자금 지원이 없더라도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들이 소수라도 나타난다면 정부와 테스트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 최악 국면은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한 부담들`
 
은행 문제에 있어 이제 한 시름을 놔도 좋을 지 여부는 씨티, JP모간체이스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다음 주에 잠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출 마진이 높아지고 지난 6주간 증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나 반등하면서 이를 통한 거래 수익도 꽤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스미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윌리엄 스미스 대표는 "상황이 좋은 은행이 있고, 나쁜 은행이 있으며 우리는 나쁜 경우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모든 은행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둘이 구분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후퇴(recession)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용카드나 기업 및 부동산 대출로 인한 손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 가격이 더 내릴 경우 모기지 대출이 많은 웰스 파고를 비롯해 많은 은행들이 안전할 수는 없다.
 
그래도 웰스 파고의 하워드 앳킨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 인터뷰에서 주택 시장이 느리지만 바닥을 치고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침체에서는 빠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고전하고 있는 은행 가운데 모간스탠리를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모간스탠리가 지난 분기 주당 7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 동기엔 주당 1.45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동산이나 레버리지 론 관련 상각만 최소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저명 은행 애널리스트이자 비관론을 설파해 온 메리디스 휘트니는 여전히 은행들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지 않다. 휘트니는 "펀더멘털에 있어선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역시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도 여전히 은행들이 지급불능인 `좀비`상태라고 보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여전히 은행들이 국유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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