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전문가들이 원색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배색으로 강력 추천하는 색은 회색. "잘못된 원색 코디로 인한 촌티를 벗게 하는 '구원투수'로 회색만큼 제격인 컬러가 없다"는 것이다. 왜 하필 칙칙한 회색이냐고? 오해다. 평론가 최경원씨는 저서 '붉은색의 베르사체, 회색의 아르마니'에서 "회색은 가장 칙칙한 색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색을 머금고 있는 색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보자면 여러 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화음과도 같다"고 했다. 무색무취 같은 회색의 숨겨진 힘을 강조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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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팀장은 "회색은 조용하고 차분한 친구 같은 색이다. 컬러의 강한 충돌을 막아주는 중화제로 가장 좋은 색"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강한 컬러엔 무채색을 매치해 톤다운시키는 게 패션 정석. 하지만 같은 무채색 계열인 화이트와 블랙은 색 자체가 주는 느낌이 강해 원색에 받쳐 입기에 적당하진 않다. 블랙은 컬러를 더 강하게 만들고, 화이트는 너무 밝아 색이 날려 보인다. 반면 회색은 '친화력'이 좋다. 부드럽게 색을 톤다운시켜 주기 때문에 핑크·블루·노랑 등 밝은 컬러와 톤을 맞추면 묘하게 어울리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원색과 회색을 컬러 코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컬러의 비율. 김태희·이효리 등의 코디를 담당하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회색의 비율을 전체 의상의 30% 이하로 줄여 포인트를 주든지, 회색을 절반 이상으로 해서 원색을 포인트로 줘야 한다. 반반씩 섞으면 어정쩡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지난 겨울 각광받았던 레이어드와 빈티지 스타일이 여전히 강세이므로 원색과 회색을 레이어드로 연출하는 것도 방법. 코오롱패션 김은정 디자인실장은 "안에 받쳐 입는 옷을 옐로나 핑크 등 원색으로 하면 겉옷은 회색으로 하고, 겉쪽이 알록달록하면 안에는 회색으로 받쳐 입으면 좋다"고 말했다. 비비드한 컬러의 원피스의 경우 회색 레깅스를 신으면 시선 분산 효과가 있다. 회색톤의 머플러나 레깅스, 모자, 구두 등 액세서리를 원색 옷과 매치해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모델=오수경, 촬영협조= 쿠아, 산드로,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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