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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이명세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M'은 스타일을 위해 스토리를 만들어낸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 찾아 헤매는 소설가 한민우(강동원 분)'로 요약된다. 하지만 'M'에서 스토리 텔링은 중요하지 않다. 감독은 내러티브를 통해 영화를 설명하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이미지의 구현을 통해 영화를 보여만 준다.
전작인 '형사 듀얼리스트' 역시 스타일리스트 이명세의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슬픈눈(강동원 분)과 남순(하지원 분)의 멜로와 대결이 이미지의 향연 속에서도 기승전결은 만들어냈다. 'M'은 '형사 듀얼리스트'에서 남아있던 스토리텔링의 흔적마저도 거부한다. 즉 관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한 채 감독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이미지의 세계를 극단으로 몰고 간다.
이명세 감독은 영화의 탄생이 이미지에서 비롯되었다며 이미지를 통한 영화의 구성에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이러한 자신의 영화 철학을 'M'에서 보다 구체화 시킨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세계관을 대중성에 희석시키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감독의 개성과 실험정신이 약해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흐름에서 이명세의 'M'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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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관습과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과 어법을 만들어내는 것은 작가의 의무다. 이명세는 ‘M’을 통해 최근 충무로에서 제작된 영화와 다른 형식의 영화를 선보였다. 그는 제작자와 대중의 입맛에 맞춰 영화를 찍어내는 필름 공장장으로서의 감독 역할을 거부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 영화계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M'은 단순하고 모호하고 불편한 영화다. 눈치가 빠른 관객이라면 스릴러와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한 'M'이 결국 꿈속의 귀신 이야기임을 알아챌 수 있다. 또한 이 감독은 'M'이 ‘첫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하지만 왜 한민우가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해매는지 관객들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개연성이 증발된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모호하게 다가가고 그 모호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이명세가 만들어낸 영상미가 매혹적이고 파격적이라 할지라도 관객은 영상미를 구경하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인물들과 스토리는 영화 관람에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 감독은 'M'을 첫사랑에 이어 ‘꿈’같은 영화라고 정의했다. 그 꿈이 기분 좋은 꿈일지 악몽이 될지는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M'은 분명히 몽유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화원을 관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그러나 그 화원에 펼쳐진 풍경은 현실세계의 질서와 인과관계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그 낯선 풍경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감응할 수 있을까?
강동원과 이연희 그리고 공효진의 연기는 낯선 풍경을 위한 또 다른 이미지로 작용할 뿐 그들의 심장 뛰는 소리는 영화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다. 10월2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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