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창균기자]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값이 공개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적정가격에 집을 살 수 있게 된 셈이죠. 부녀회의 가격담합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하면서 내놓은 가격통계 자료는 생뚱 맞은 느낌입니다. 강남3구 집값이 14.4% 떨어졌다는 게 골자인데 통계의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팀 남창균 기자는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조바심으로 자꾸 악수를 둔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올 상반기에 거래된 12만9000건의 아파트 실거래가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아파트의 진짜 가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 초부터 시행된 실거래가 신고제도 덕분이지요.
정부는 실거래가가 공개됨에 따라 매도자 중심의 일방통행식 거래관행이 바뀌고 가격형성 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동안 아파트 거래시장은 파는 사람이 주도권을 잡아왔습니다. 파는 사람이 배짱을 부리면 사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식이 될 수밖에 없었던거죠. 이런 구조는 가격상승기에는 이상폭등을 낳는 원인이 됩니다.
공개된 실거래가격이 가이드라인이 되면서 담합행위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부녀회가 담합으로 가격을 올려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더 이상 부녀회와 싸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실거래가격이 곧 시세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실거래가를 대신해 왔던 기준시가 호가 싯가 등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는 거지요.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실거래가 공개가 가지는 의미는 획기적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실거래가를 공개하면서 덧붙인 거래가격 동향은 '억지 춘향'식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강남 송파 서초구 등 강남권 아파트 값이 지난 3월부터 6월 사이에 14.4%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평당 2252만원이던 집값이 평당 1927만원으로 고꾸라졌다는 겁니다. 5개 신도시는 3월 평당 1120만원에서 6월 평당 935만원으로 16.5%나 하락한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발표만 보면 버블세븐의 집값이 20-30%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이 적중한 것처럼 보입니다. 8.31대책 1년만에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셈이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격 하락폭을 부풀리기 위해 통계를 왜곡했다고 지적합니다. 강남3구의 경우 거래량이 2391건(3월)에서 503건(6월)으로 79%나 줄어든 것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5개신도시 역시 3월 3704건에서 6월에는 1826건으로 감소(50%)했습니다.
3월에는 비교적 우량물건이 거래됐지만 6월에는 비로열층을 중심으로 한 급매물이 거래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또 정부가 밝힌 실거래가는 층과 향을 고려하지 않은 평균가격이기 때문에 아파트 값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상한가 아파트가 많이 거래될 때의 평균가와 하한가 아파트가 주로 거래될 때의 평균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정부가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고 밝힌 강남에서도 값이 오른 아파트가 적지 않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강남의 대표 단지로 떠오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53평형은 3월 평당 4465만원에서 4월에는 평당 4669만원으로 4.5%나 상승했습니다.
정부는 8.31대책과 3.30대책의 효과로 집값이 안정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통계의 왜곡이어선 곤란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으니까요.
정부가 집값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들떠 있는 사이 실거래가 공개사이트가 다운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부가 정작 해야할 일은 제쳐둔 채 신기루만 좇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