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70대 A씨는 최근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걸음걸이도 느려져 가족의 권유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치매 초기 증상으로 생각했지만, 뇌 MRI 검사에서 뇌실 확장 소견이 확인되어 신경외과 진료를 받은 결과 뇌수두증의 한 유형인 ‘정상압수두증’으로 진단됐다.
우리 뇌와 척수 주변에는 뇌척수액이라는 투명한 액체가 존재한다. 뇌척수액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하며, 뇌와 척수 주변를 순환하면서 중추신경계의 항상성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척수액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순환, 흡수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 이상이 생겨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고 뇌실이 확장되는 상태를 뇌수두증이라고 한다.
뇌수두증은 발생 원인과 뇌척수액 순환의 이상 여부 등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정상압수두증은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성인성 뇌수두증의 한 형태로, 뇌실이 확장된 상태에서 보행장애, 인지기능 저하, 배뇨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은 크게 특별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특발성 정상압수두증과 뇌출혈이나 뇌수막염, 두부외상 등 선행 질환이나 손상 이후 발생하는 이차성 정상압수두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의 주요 증상은 보행장애, 인지기능 저하, 배뇨장애 등이 있다. 보행 시 폭이 좁아지고 발을 끌 듯 이동하거나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워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요절박과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진행되면서 요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증상 중 일부만 나타나거나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정상압수두증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확인하고 신경학적 진찰을 시행한 후 뇌 CT나 뇌 MRI 등 영상검사를 통해 뇌실 확장 여부와 뇌 구조 변화를 확인하는 등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필요한 경우 요추천자를 통해 뇌척수액을 일정량 배액 한 후 증상의 변화를 확인하는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으며, 진단 결과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뇌척수액을 우회시키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동병원 뇌혈관센터 최재혁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뇌수두증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질환이지만, 인구 고령화와 함께 성인에서 발생하는 정상압수두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행장애, 인지기능 저하, 배뇨장애 등 증상으로 노화에 따른 변화나 다른 신경계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어 증상만으로 자가 판단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라며 “걸음걸이가 느려지거나 보폭이 좁아지고, 발을 끄는 듯 걷는 등 이전과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기 보다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