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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는 동안 EU는 미국과 “완전히 균협잡힌”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전날 오는 15일부터 부과하기로 했던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조치를 90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이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현재도 유지되고 있지만, 협상의 의지로서 ‘성의’를 보인 셈이다. 다만 그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 조치는 물론 대서양 무역전쟁을 서비스 분야로 확장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보복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서비스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EU의 반강압수단(ACI)이 처음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ACI란 제3국이 EU 또는 회원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해 특정 정책 결정을 강요하려는 시도를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으로 ACI를 사용하면 미국 은행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특허를 취소하거나 회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스트리밍을 수익을 얻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ACI가 발동된다면 2023년 12월 27일 해당 조치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ACI는 대만을 둘러싼 리투아니아와 중국 간 갈등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첫 시행은 EU의 오랜 동맹국이었던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셈이다.
그는 “협상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광범위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며 미국의 서비스 무역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거론했다. 그는 “예를 들어 디지털 서비스의 광고 수익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미국으로의 폐금속(스크랩)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철강생산은 고로가 아닌 전기로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유럽산 스크랩은 미국에서 수요가 많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가 미국과 꾸준히 접촉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EU는 산업재에 대한 무관세 협정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EU의 부가가치세(VAT)와 제품표준 등 비관세 무역 장벽 등을 거론하며 긍정적 반응을 하지 않았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EU와 미국의 표준을 일치시키는 논의에는 열려있지만, “기대치를 높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삶의 방식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 미국이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부가가치세 등을 건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들은 우리들의 주권적 결정이기 때문에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EU의 무역협정이 원만하게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미국과 EU의 관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세계 무역에 완전한 변곡점을 초래했다”며 “우리는 더이상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상황에는 승자가 없고 오직 패자만 있을 뿐”이라며 현재 주식·채권 시장에 벌어지고 있는 혼란을 거론, “오늘 우리는 혼돈의 대가를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불확실성의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