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화려해" "움직임 거슬려"…'민원 지옥' 빠진 수능 감독관

김윤정 기자I 2023.12.03 15:49:44

"수능 감독관 매뉴얼엔 명확한 지침 없어 민원·갈등 원인"
"문제 생기면 감독관 책임, 법적 분쟁 휘말릴 소지" 토로
"감독관 매뉴얼 구체화하고 교사만 감독관 차출 개선도"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수능 종료종이 치는 순간 시험이 끝난 걸로 봐야 할까요? 종료음이 완전히 끝나야 시험이 끝인가요?”

수능감독관으로 수차례 입회했다는 충청북도 10년 차 고등학교 교사 김모 교사는 이러한 물음을 던졌다. 김 교사는 “수능 감독관에게 제시되는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고 감독관이 융통성 있게 처리하라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수능 직전 교육부가 감독관 매뉴얼을 배포하지만 금지 사례만 나열돼 있을 뿐 명확 행동 지침으로는 활용되되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교사 A씨도 “감독관 매뉴얼이 정확하고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야 하는 안내도 명확했으면 좋겠다”며 김 교사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감독관으로 입회한 상당수 교사들은 크고 각종 민원에 시달리면서 후유증을 호소한다. 수능 감독관은 교사들이 맡기 싫어하는 기피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사소한 행동에도 수험생들의 항의·민원을 받을 우려가 크고,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올해 수능 직후에도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감독관의 기침과 종이를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됐다”,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은 감독관 때문에 집중이 안 됐다”, “감독관이 쳐다봐서 부담스러웠다” 등의 감독관을 향한 각종 불만 글이 쏟아졌다.

◇“법적 분쟁 시 감독관 보호 강화해야”

수능 관련 민원·이의신청이 접수될 경우 감독관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김 교사는 “감독관 매뉴얼에는 이의신청이 접수될 경우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나 응대 지침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며 “그런 안내를 받았다면 소신 있게 감독할 동기부여라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감독 경험이 있는 C교사는 “너무 쉽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민원제기로 인한 변호는 모두 학교와 수능감독이 맡아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며 “법·제도적 보호장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는 법적 분쟁 발생 시 변호사 선임 등 법률 지원 등에 대한 부분은 교육청을 통해 공문과 안내가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관의 개인정보가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 교사는 “고사장마다 감독관의 이름 전체를 공개하는 곳도 있고 중간을 비워두는 등 익명처리하는 곳도 있어 제각각”이라고 했다. 최근 자신의 자녀를 부정행위 처리했다며 감독관의 근무 학교를 찾아가 피켓시위를 벌인 학부모는 감독관의 이름표를 보고 주변 학교에 재직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소속 학교를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수험생이 감독관 이름을 알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며 “이의 제기를 접수하는 경우에도 OO고 1고사장 1교시 감독관 등으로 기재하면 충분히 신상 공개 없이도 특정할 수 있다”고 했다.

◇“왜 교사들만 차출하나” 불만도

교사들 사이에서는 ‘수능감독 거부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 교사는 “비록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보호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각종 민원에 대한 책임은 교사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에서 수능감독 거부 얘기가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E씨는 “한곳에 오래 있으면 감독관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는 민원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거슬린다는 민원이 들어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감독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감독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수능 3교시 이상을 의무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때문에 감독관을 더 확충해 감독관 개인별 감독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 김 교사는 “N수생 비율이 높아지는 등 고등학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수능을 보니 보니 대학 교직원들도 함께 감독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D씨도 “요즘 고3들은 수능을 별로 치르지도 않고 절반은 재수생인데 왜 학교 선생님들만 감독책임을 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독관 신원보호가 필요하다는 현장 요구에 대해서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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