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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9시 무렵, 본지 기자도 자원봉사에 참여해 함께 마을 입구를 거쳐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부터 폭우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집중호우에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며 구룡마을의 비닐, 합판 등 취약한 재료로 지어진 낡은 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폭우가 시작됐던 지난 8일로부터 일주일여가 지났음에도 복구 속도는 더뎠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도로가 좁아, 쓰레기차와 트럭 등은 입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봉사자들이 쓰레기와 잔해를 직접 차량 근처까지 날랐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봉사자들은 연신 땀을 닦았다.
봉사자들은 마을 초입이자 저지대인 3구역의 한 집 앞에 한 줄로 늘어섰다. 좁은 길을 따라 ‘인간 띠’를 만든 이들은 겨울 연탄을 옮기듯 진흙투성이의 잔해와 기물을 옮기기 시작했다. 좁은 집에서는 망가진 살림살이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옷과 가방, 신발과 이불, 쪼개진 옷장, 옷걸이 등이 나오다가 이내 주방 도구, 철망이 나오는 등 두서 없이 쏟아져나오는 기물들은 모두 진흙범벅이었다.
10여분도 채 지나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물 비린내, 온갖 쓰레기가 풍기는 악취에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봉사자들은 쉼 없이 손을 바쁘게 놀렸다. 종로구에서 왔다는 임모씨는 “어제 와서 오늘은 일이 덜 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도 똑같이 많다”며 “그래도 사람이 많으니 한결 걱정이 덜 하다”고 웃었다. 어머니와 함께 봉사하러 온 고등학생 A양(17)도 “실제로 와보니 정말 고생하셨을 것 같다”며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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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여 작업 후 봉사자들은 물을 마시고 초콜릿 등 간식을 먹으며 한숨을 돌렸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잔해들을 둘러봤다. 주민 B(82)씨는 “목숨은 건졌어도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며 “여기서 비가 더 오면 안 되는데, 남은 게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도와준 분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긴급수해 복구 총괄을 맡고 있는 최기진 한국JTS 국내사업팀장은 “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서 예상보다 가볍게 끝낼 수 있었다”며 “마을 주민들도 엄두나지 않는 일들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연신 고마움을 보였다”고 했다. JTS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450여명의 봉사자들이 마을 복구를 도왔다. 최 팀장은 “JTS의 긴급 수해복구는 이날로 마무리되지만, 아직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은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