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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RCEP 환영하면서도 복잡한 속내

피용익 기자I 2020.11.15 14:40:00

동남아 수출 확대 기대되지만…경쟁력 약한 내수기업은 걱정
미·중 갈등 속 중국 주도 협정 가입도 부담스러운 요인

[이데일리 피용익 배진솔 기자] “한국과 중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속 타결을 지지한다.”

지난해 12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은 대한상의와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그로부터 11개월 후인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에 서명했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재계는 RCEP를 활용해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업종별로는 아시아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기계, 석유·화학, 철강·금속 분야의 수혜가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RCEP 등 다자간 무역 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을 통해 대외 무역환경 악화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 악화 영향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무역 환경을 개선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동남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을 검토해야 하겠지만, 수출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RCEP이 수출 기업들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내수 기업들에는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져 동남아와 중국에서 공산품이 싼 값에 들어오면 경쟁력이 약한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품질이 좋은 일본산 공산품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RCEP이 중국 주도로 추진된 협정이란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신 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이 중국에 치우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통상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하고,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선 안 된다”며 “미국이 중심이 돼 다자간 무역이 이뤄진다면 우린 당연히 그쪽에도 참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미·중 불확실성이 여전하므로 너무 정치적인 색채가 뚜렷한 결정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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