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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임 투표에서 19표 차이로 극적 회생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위한 ‘플랜B’를 내놓을 예정이다. 오는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불과 68일 남겨둔 시점이다. 영국 정치권과 국민, EU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또는 최소한 타협의 여지가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 내 강경파는 무역, 관세, 노동 등 모든 분야에서 EU를 완전히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원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한 경우에만 총리와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EU는 브렉시트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이미 합의한 사안들과 관련해선 재협상은 없다며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5일 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영국에 잔류를 권하기도 했다.
핵심은 메이 총리가 ‘백스톱(backstop)’ 조항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2020년까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이다. 백스톱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엄격한 통관 및 통행)’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노동당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경파는 이 조항이 영국을 EU에 무기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민투표를 다시 한 번 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TD증권은 “다음 주엔 일주일 내내 플랜B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며 “메이 총리가 노딜 가능성을 배제하고, 제2차 국민투표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중지) 사태가 언제 끝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매일 최장기간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트위터) 생중계로 서류미비 이민자들 보호와 국경장벽 건설 예산 맞교환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주장해온 불법체류 청소년들(드리머·Dreamer)을 보호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존속시켜주는 대신 장벽건설 예산 57억달러를 기존 예산안에 편성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셧다운 최장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선 다소 긴장감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서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이 미국 제품 1조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대중 관세를 완화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90일 휴전 기간 동안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반박 보도를 내는 등 언론마다 다른 소식을 전하고 있어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2월 말로 확정된 것도 시장에는 긍정적인 재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언론엔 보도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진전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90분 간 회동한데 따른 결과다. 다만 회담 개최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유력 후보지로는 베트남이 꼽히고 있다.
다음 주에도 미국 어닝시즌이 이어진다. 포드, 스타벅스, 존슨앤존슨, IBM, 컴캐스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등 굵직한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한다. 또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아메리칸에어라인, 알래스카에어 등 항공주들도 대기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은행주와 넷플릭스 등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놨지만 경기둔화 우려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정책을 수정, 올해 금리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기조를 조금 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에는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발표된다. 중국 4분기 GDP 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 내수부진 등으로 6.5%를 밑돌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상보다 빨리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한편 22~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은 분위기가 시들해졌다. 영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해서다. 집안 문제로 시끄러운 영국과 미국에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노란조끼’ 시위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3명만 참석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