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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가계대출 옥죄 47조원 줄인다

전재욱 기자I 2018.01.21 12:00:00

금융위,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 발표
가계대출 조여 기업대출 늘리도록 유도
저신용·저소득자 대출 문턱 더 높아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개편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개편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은행에서 나가는 가계대출 47조원을 기업대출로 돌리는 금융정책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은 가계 대출을 늘리면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기업 대출을 늘리면 자산 건전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각각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펴서 금융사가 가계 대출을 줄이는 한편 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개편방안은 지난 19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자본규제 개편 테스크포스 최종 회의에서 확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 없고 규정만 바꾸면 되는 사안이라서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가계대출이 40조원 내외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 가계대출 중 최대 2.5% 자본으로 적립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사에 가계 대출 규모에서 일정 비율을 자기 자본으로 적립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예컨대 금융위가 적립비율을 1%로 정하면, 100억원을 가계대출로 내준 은행은 1억원을 자본으로 더 쌓아야 한다. 적립비율은 최대 2.5%까지다. 자본 적립을 거부하는 은행은 이익배당, 자사주 매입, 상여금 지급 등 규제를 받는다. 시행 시기는 내년으로 잡았다. 금융위는 “가계대출은 금융사에 안정적인 자산운용 수단이지만 급격히 늘면 소비가 줄고 은행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등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취급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한다. 금융사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산정할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주담대는 위험 가중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해당 주담대에 대한 BIS 위험치는 현행 은행·저축은행 35~50%에서 70%로, 보험사 위험계수는 2.8%에서 5.6%로 각각 높아진다. BIS 비율 관리를 위해 가계 대출을 신중히 다루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3분기보다 은행 약 28조7000억원, 보험사 7조1000억원 등 고위험 주담대 36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다만 은행·저축은행 35~50%에서 70%로 BIS위험치를 높이면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저소득 저신용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기업대출 시 ‘가점’…예대율 최대 15% 적게 책정

반대로 기업대출이 많으면 혜택이 뒤따른다. 우선 가계대출이 많으면 예대율 산정 시 불이익을 받는다. 예대율은 은행이 받은 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종전에는 예대율을 계산할 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대출로 잡았다. 앞으로는 가계대출은 최대 15%를 더 많이 보고 기업대출은 최대 15%를 적게 잡아 계산한다.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은 실제보다 늘고 기업대출은 실제보다 줄기 때문에 기업대출이 많은 은행은 예대율이 낮아진다. 시중은행이 예대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3분기보다 가계대출을 11조원 줄일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내준 은행은 나중에 경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경영실태평가 항목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을 신설하고 실적이 좋으면 가점을 줄 방침이다. 기존에 담보와 보증 중심으로 이뤄진 중소기업 대출을 신용 대출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구조조정 환경을 개선해 금융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워크아웃 기업에 새로 신용대출을 하면 기존 대출보다 자산 건전성을 높게 쳐주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대손 충당금을 낮춰 기업대출 여력을 높일 계획이다. 상호금융 기업대출 충당금 적립 기준을 시중 은행 수준으로 낮춰서, 정상 1%→0.85%, 요주의 10%→7%, 회수의문 55%→50%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이로써 상호금융 쪽에서 약 400억원가량 생기는 여유 자금이 기업대출로 이어지기를 금융위는 기대했다.

자본규제 개편 금융업권별 과제(자료=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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