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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집안일 돕는다고? 그 생각부터 뜯어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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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영 기자I 2013.10.01 1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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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송마틴 대표 인터뷰
여성 스스로 'Parents Unit'이 되어야

[이데일리 김재은 이지현 기자] “집안일 많이 도와줘요?”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런 질문이 틀렸다는 이가 있다. 동등하게 함께 하는 일인데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지금은 미셀 오바마, 제니퍼 로페즈, 오프라 윈프리 등의 파티플래너로 유명한 영송 마틴(송영숙)이 주인공이다.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청명한 가을 어느 날 패션을 너무나 사랑하는 송영숙을 만났다.

남성 프레임에 갇혀선 안돼

영송마틴 와일드플라워린넨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한대욱 기자)
“제가 1970년대 후반 미국에 건너간 시기가 여성해방운동이 최고조였을 때다. 여자들이 여성성을 버리고 남자들처럼 과격하게 행동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정도 지나다 보니 대체 왜 이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여성해방’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였다.”

영송마틴 대표는 패션을 전공하고 내로라하는 패션회사에서 근무했다. 10분마다 새로 내린 커피를 가져다 줄 정도의 대우를 받았지만, 왠지 성에 차지 않았다. 디즈니회사의 캐릭터를 그대로 반영하는 단순한 작업은 통통 튀는 그의 열정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불도 잘 들어오지 않는 한 패션회사였다. 퀴퀴한 냄새와 먼지가 가득했다. “우리 회사는 변화가 필요하다. 당신이 바꿀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Yes, I can do it”이라 답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출근했다. 뭔가 자신이 바꿀 수 있다는 것에 한없이 설레였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는 중국인 직원들로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표현해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장에게 큰 칠판을 주문하고, 중국인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쳤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영어강의는 1명에서 시작해 결국 30~40명으로 불어났고, 이 회사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국내 코튼(면) 대신 값싼 면을 중국에서 수입해 올 수 있었다. 사장도, 본인도 중국어를 하지 못했지만, 중국어를 구사하는 수많은 직원들을 활용한 덕이었다.

Parents unit

사회적으로 유명한 탓에 이미 20대로 성장한 아들을 어떻게 키워냈을 지 궁금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냐고 묻자 “전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외였다.

마틴 대표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꼬박 1년 6개월간 모유 수유를 했고, 이후에는 육아를 남편과 반반 부담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뉴욕으로 가 고속 승진할 기회를 버리고, 주 2회 재택근무를 하며 아들을 돌봤다고 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는 “왜 여자들에게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냐고 물어보는 거죠? 집안일, 육아는 함께하는 게 맞잖아요. 이 질문에는 집안일과 육아는 여자의 몫인데 남자들이 거든다는 의미가 실려 있어요. 저는 20년간 아들을 키우면서 리차드(남편)와 늘 같이 해왔어요. 우리 아들은 저와 리차드를 ‘Parents Unit(부모조합)’이라고 부르죠.”

Parents Unit. 그 말을 듣는 순간 단어가 가슴에 콱 박혔다. 그는 열변을 이어갔다.

“여성은 정말이지 우수해요. 학생 때는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이기려고 노력하면서 왜 가정생활에서는 다른 거죠? 그건 온당치 않아요. 함께 하는 게 당연한 거죠. 그러려면 한국에서 육아나 집안일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해요.”

육아를 위해 좀 일찍 퇴근할 수도 있고, 재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디서 일하느냐보다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그는 한국인들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인들은 조직도 중요하지만, 개인직업에 대한 프라이드를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걸 충분히 부여하면서 성과를 내게 하면 되는 거죠.”

그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성이 보스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도 했다. “아이도 낳아보고, 결혼도 해 본 보스라면, 저 상황이 어떤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남자들도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에요.”

여성의 장점 살려야

영송마틴 대표가 이데일리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한대욱 기자)
“여성은 예쁘잖아요. 단지 예쁘다가 아니라 모성애를 말하는 거에요. 누구와 얘기해도 편하고, 잘 통하는 거죠. 마가렛 대처도 그렇고, 엘리자베스 여왕 때는 영국의 전성기였죠. 러시아도 예카트리나 대제때 문화가 꽃을 피웠죠.”

마틴 대표는 모성애와 더불어 여성의 밸런스 능력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조화를 시키는 능력은 여성이 탁월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여성들이 운용했던 곳은 거의 문제가 없었거든요. 차근차근 밸런스를 맞춘 영향이죠. 하지만 때로는 이런 성향 탓에 공격적으로 못할 때가 있기도 해요.”

패션디자이너에서 파티 플래너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그녀에게 끊임없이 샘솟는 아이디어, 창의성의 근원이 궁금했다.

“저요?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어요. 역사를 많이 알면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죠. 찬란한 러시아를 얘기한다면, 당시 역사책을 찾아보는 식이죠. 최근엔 김홍도나 한국의 인물들에 대해 많이 궁금해요. 한시도 좋아하고요.”

B급 판박이 아닌 예술가 인정받아야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정말 하고픈 말이 뭐였을까. 인터뷰 내내 밝게 에너지 넘치는 답을 하던 그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공부하고 예술학교를 가죠.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자신의 끼를 발휘할 만한 기회가 거의 없어요. 결국 돈만 따지는 사람들 밑에서 일하다보니 본인이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B급에 머물게 되는 게 현실이죠. 본인이 가진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대접받을 수 있는 한국이 되면 좋겠어요. 정말.”

그러더니 뜬금없이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낸다. 우뇌와 좌뇌가 조화를 이룬 몇 안 되는 남성이라는 평가다.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빌게이츠가 좌뇌의 명사라면 스티브잡스는 우뇌와 좌뇌의 밸런스를 갖춘 사람이죠. 어떤 일을 하건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거든요.”

영송 마틴은 사람들이 애플의 제품들을 볼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런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이 제대로 설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전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해요. 조금전까지 우울해서 눈물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콧노래가 흘러나오죠. 전 지금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좋아요. 색깔을 많이 쓸 수 있어서…. 기분에 따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항상 바뀌거든요.”

패션을 너무나 사랑하는 영송마틴 와일드플라워린넨 대표. 본인의 한국이름을 딴 YS 브랜드를 론칭한 것부터 잘 나가던 어느 순간 갑자기 테이블보, 의자 커버를 파는 사람으로 변신해 그 전보다 유명세를 떨치는 그녀.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그녀는 누구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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