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등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이른바 PIGS 국가 은행권의 유럽중앙은행(ECB) 대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높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 국가 은행들이 전체 ECB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 이상에 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에 따르면 4개국 대출이 지난 2008년6월 이후 ECB가 대출한 3320억유로 가운데 무려 2250억유로를 차지했다.
이들이 ECB 대출이 몰린 것은 그만큼 다른 은행들이 차입을 꺼렸기 때문.
ECB는 그동안 유동성이 공급된 특정 지역별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렇게 일부 국가들에 대출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ECB 정책이 남유럽 금융기관 지원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 ECB로부터 781억 유로를 빌려 가장 의존도가 심했고 아일랜드는 543억 유로, 포르투갈은 340억 유로, 스페인은 584억 유로를 ECB로부터 차입했다. 이는 독일의 ECB로부터의 대출이 178억 유로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도 대조적.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4월 177억 유로에서 5월 한달사이 358억유로까지 ECB 대출이 급증했다.
또 다른 지역 은행들의 경우 초저금리에도 불구, 부채 위기 국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기보다는 ECB 계좌에 자금을 예치해놓고 있다. 지난 22일 현재 유로존 은행들이 ECB에 예치해놓은 자금 규모는 2130억 유로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돈 스미스 아이캡 이코노미스트는 "ECB 없이는 은행들이 문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며 "투자자들이 부채가 많은 국가들에 대출을 꺼리면서 실제로 유동성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날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도 비슷한 경고를 내놨다. 소로스는 "현재의 위기는 재정위기보다 은행위기에 더 가깝다"며 "유럽 은행들은 아직 적절하게 구조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가평가되지 않은 부실 자산들이 만기까지 보유되고 있고, 국채의 신뢰가 시장에서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은행시스템의 실질적인 지급불능 사태가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럽 은행들이 은행간 차입 및 기업어음(CP) 시장에서 단기차입에 애를 먹으면서 ECB로 향하고 있으며 ECB에는 과도한 현금이 예치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