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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車부품 러브콜 쇄도 왜?

김보리 기자I 2009.11.13 11:22:25

품질대비 가격경쟁력 갖춰
현대차 해외선전으로 국산부품 인지도 상승
해외업체 수주, 경쟁력 강화 교두보될 것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폭스바겐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현대모비스(012330)의 부품공급계약, 만도의 푸조 시트로앵과 제동장치(브레이크) 납품계약, 한라공조(018880)의 폭스바겐 에어컨 부품 수주….
 
2009년을 `한국 자동차부품의 재평가의 해`라고 할만큼 선진 메이커로부터의 수주 소식이 쏟아졌다.

특히 폭스바겐그룹의 구매사절단은 지난달 말 `부품상담은 독일 현지에서 한다`는 기존 관행을 깨고 직접 방한, 한국산 부품업체와 직접 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폭스바겐, 푸조 등 보수적이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해외 유력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업체를 잇따라 노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격경쟁력+현대차 선전`..한국산 부품 각광

전문가들은 한국산 부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우수한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꼽는다. 
 
한국산 부품은 해외 유력 부품업체에 비해 평균 20%, 많게는 30%까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고원저` 현상으로 일본산 부품의 가격이 더 오르면서, 한국산 부품의 시장 경쟁력이 한층 제고됐다는 분석이다.
 
▲ 지난 7월 상해에서 열렸던 GM의 부품사 대상 수주설명회에서 현대모비스 관계자가 GM구매담당자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부품은 덴소 등 해외유력 부품업체에 비해 품질력은 유지하면서도 많게는 30%가량 싸다"며 "글로벌 경제침체로 수익률이 하락한 해외선진업체들은 한국시장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효과로 일본산 부품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진 반면, 한국 부품업체는 가격협상력이 커진 점도 한국산 부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부품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000270)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는 최근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며 브랜드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산 부품에 대한 인지도 역시 향상되고 있다. 
 
실제 완성차 1대는 2만5000여개 부품의 결정체로, 부품의 경쟁력이 곧 완성차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의 선전은 한국산 부품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성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해외 완성차 메이커들인 평균 95% 이상 국산화를 이룬 한국산 부품업체에 자연적으로 관심을 갖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부품업체와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 동반진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현지공장들이 선전하면서 이들 공장에 동반진출한 부품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다른 완성차 메이커와 접촉할 수 있는 접점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품업체로는 한라공조(018880), 성우하이텍(015750), 평화정공(043370), 한일이화(007860)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이들 업체는 해외에서 현대·기아차의 실적 개선과 꾸준한 신차 출시 등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평화정공,한라공조 등의 경우 마그나, 덴소 등 해외부품업체들의 적자행진에도 불구, 올해 매출액 대비 10%에 이르는 순이익 달성이 예상된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초 현대·기아차와 동반진출한 부품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와는 현격한 차이을 보이고 있다"며 "진출 초기에는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했던 협력업체들이 이제는 현지 완성차 메이커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車메이커의 수익성 악화가 한국 부품업체엔 `호재` 

이들 요인 외에도 해외 완성차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한국 부품업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폭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로 원가절감에 적극 나서면서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을 지닌 한국 부품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부품업체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낮췄고, 중국·인도 부품업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품질력을 확보하면서 한국산 부품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 해외 부품업체들의 연간 순이익은 대부분 적자, 차입금도 부담(자료:이트레이드 증권 리서치 센터)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은 올해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면서 원가 절감 요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부품업체보다 저렴하고 비슷한 품질경쟁력을 갖춘 한국 부품업체들이 대안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8월 쿠퍼스탠다드 등 미국내 43개 부품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전세계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저마진 부품에 대한 아웃소싱의 여지가 커진 점 또한 간적접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연구원은 "미국 부품업체들이 GM 등 `빅3`가 고전하자 헤지펀드에 인수되는 등 경영환경 악화로 납기일을 못 맞추고 설비 등을 폐쇄하게 되면서 크라이슬러 등은 한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게됐다"고 전했다.

◇한국산 부품에 대한 러브콜 지속될 듯 

한국산 부품에 대한 러브콜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대다수의 시각이다.
 
유력 완성차업체에 납품 실적이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나 품질을 인정받아 다음 수주의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해외 완성차메이커와 거래관계를 한번 맺어 납기능력, 품질 등을 인정받게되면 수주 확대는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부품업체들도 판매력을 확대하기 위해 완성차 메이커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도 한국산 부품업체의 시장경쟁력들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는 4.5%의 관세가 없어진다"면서 "한국산 부품은 가격 경쟁력을 더욱 확보해 판매처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산 부품업체들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해외 업체와의 수주는 여전히 현대모비스, 만도, 한라공조 등 대형업체 위주로만 이뤄질 뿐, 한국산 부품업체 전반으로 확산되기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분석팀장은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여전히 납기, 공급물량 능력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위해서는 대형화, 공급능력 확충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주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핵심기술과 고급 기술을 수주한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핵심기술 보유,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공급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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